“10분 만에 5,000만 원이 날아갔어요.”
지난 20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천지리 장수농원에서 만난 농장주 김장수(59)씨는 생채기 투성이 사과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열흘 정도 후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할 사과도 있었는데 다 허사가 됐다”며 수확한 사과 중에 쓸만한 것을 골라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씨의 농장 등 안동시 길안면 일대에는 지난 9월22일 오전 10분간 돌풍과 함께 쏟아진 우박으로 큰 피해가 났다. 수확 중이거나 한 달 남짓이면 출하할 수 있는 만생종 품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길안면 일대 100㏊ 가량의 사과밭이 피해를 보았다.
이 지역에서 4, 5월도 아닌 9월 말에 우박이 내린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수확이 임박해 내린 탓에 1년 농사가 헛수고가 됐다. 연간 1억 원의 소득을 올리던 김씨는 성한 것은 겨우 30상자 정도만 건졌다. 올해 김씨의 총소득은 봄철 서리피해 농작물재해 보험 보상금 1,400만 원, 이번 우박피해 보상금 1,000만 원(예상), 가공용으로 납품할 피해사과 판매대금 등 다 합쳐도 3,4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비료나 농약값에도 모자라 빚만 늘어나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올해 피해는 돌이킬 수 없지만, 앞으로는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램이다.
현재 김씨가 재배 중인 과수원 약 2만㎡ 중 2,800여㎡를 제외한 대부분이 시유지다. 시에 임차료를 내고 농사를 짓는다. 10년 전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곳을 개간해 10년생 1,200그루, 3년생 600그루 총 1,800그루의 사과를 재배 중이다. 하지만 자신 땅은 시유지 한가운데 있다 보니 시유지를 거치지 않고는 경운기 한 대조차 들어갈 수 없다.
그는 “요즘 농사는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값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저온저장고가 필수인데 외부 도로와 연결된 지역이 시유지이다 보니 창고도 관정도 팔 수 없는 형편”이라며 “시유지 전부가 어렵다면, 저온저장고와 농기계 창고, 관정 등을 설치할 공간(약 1,600㎡)만이라도 매각해 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시유지에 개인 시설이나 저온저장고, 주택을 지을 수 없다”며 “일부 매각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