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가장 큰 변수로 지목했다. 연간 6,362억 달러의 수출액으로 기대 이상의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다가올 불확실성에 촘촘한 통상전략으로 대비하지 않을 경우, 돌아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로 보였다.
구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무역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1조 달러 규모를 크게 넘어서며 안정적으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통상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무역은 올해 최단기간 무역액 1조 달러(10월 26일)를 찍는 등 ‘신기록 릴레이’로 역대 최고 실적을 가져온 가운데 내년에도 수출 및 수입이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1년 수출입 평가 및 2022년 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대비 24.1% 증가한 6,362억 달러에, 수입은 29.5% 늘어난 6,05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석유제품, 섬유,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올해 선전한 품목의 업황 호조 지속으로 내년 무역규모가 올해보다 더 커질 것이란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확대 등은 수출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구 회장도 보고서 관측에 공감하면서 “무역협회가 각국의 통상 이슈를 면밀히 파악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요소수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협회뿐 아니라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한 구 회장은 정부 대응이 늦은 게 아니었냐는 지적에 대해 “대응이 조금 늦긴 했지만,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와 정부의 협조가 더 긴밀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은 “협회가 여러 노력을 하긴 했지만,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면서 “요소수 같은 품목도 찾아보니 환경부 영역이 많았는데, 사실 어떤 품목들이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품목별로 하나하나 담당부처가 다 달라 일일이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협회 입장에선 수입에 이상 징후가 있는지 동향을 빨리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무역협회는 향후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잉곳, 산화텅스텐, 네오디뮴 영구자석, 수산화리튬 등의 수급난을 대비하기 위한 분석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천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80% 이상인 3,911여 개 품목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분석을 하고 조만간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며 "해운사, 종합상사 등과 ‘수출공급망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정부와 교감하면서 수입선 다변화 등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