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18세 이하에 100만원씩, 日 사상 최대 580조 돈 푼다

입력
2021.11.19 18:40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지원 등에 사상 최대인 55조7,000억 엔(약 577조 원)의 재정 지출을 결정했다. 민간 부문이 사용하는 금액을 포함한 사업 규모는 78조9,000억 엔(약 817조 원)에 이른다. 18세 이하 1명당 10만 엔(약 103만 원)씩 지급하는 등 국민에게 직접 돈을 나눠주는 사업이 많아 지출 규모가 불어났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9일 ‘대규모 경제대책’의 내용과 이를 위한 재정지출 방안을 각의 결정했다. 재정지출은 국가와 지방의 지출에 국가대출금인 재정 투·융자금을 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4월 아베 신조 당시 내각이 내놓은 48조4,000억 엔이 최대였다. 이번 재정지출 중 국비는 43조7,000억 엔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책에만 22조 엔... 연내 예산 통과 목표

이번 대책은 △의료 제공 체제의 확충과 매출 감소 사업자·저소측층 지원 등 코로나19 대책에 22조1,000억 엔 △백신 개발 지원 등 다음 위기의 대비에 9조2,000억 엔 △개인 지원금이나 반도체 산업 지원 등 ‘새로운 자본주의’ 관련 사업에 19조8,000억 엔 △재해 대비 등 공공사업에 4조6,000억 엔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 정부는 필요 자금 중 31조9,000억 엔은 이달 하순 각의 결정할 예정인 올해 연도 보정예산안(한국의 추가경정예산 격)에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내년도 예산안에 올릴 방침이다. 이 두 예산안을 하나처럼 편성해 사실상 ‘16개월 예산’처럼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보정예상안을 다음달 개회 예정인 임시국회에 올려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한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절대 안정 다수’인 261석을 확보해 예산안 통과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지원금 규모·방식에 이견도... 재정적자 심화 예상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대책에 일본 재계에선 기대감도 크지만, 개인에게 나눠주는 돈이 많은 반면 미래를 위한 투자 비중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 지원금 역시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에게 집중 지원하는 대신 18세 미만에 10만 엔을 나눠주기로 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우며 임금 인상을 강조했지만 간호사나 개호직, 보육사 등에 대한 임금 인상 폭이 월 4,000~9,000엔으로 너무 작고, 휘발유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준다는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부분 예산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여 일본의 재정적자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재원은 2020년도의 잉여금 4조5,000억 엔 외에 부족한 부분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충당한다. 이 경우 2021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 말에 일본의 국채 잔고가 1,000조 엔(약 1경352조 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관련 기자들에게 “재원은 적자국채를 비롯해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긴급 상황이며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을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경제가 재생되면 그 후 재정규율을 검토하는 국면이 된다”는 것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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