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공기관장 자리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을 이끌었다가 정권이 교체된다면 곧바로 물러나야 한다는 우려감에 후보군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공석이 되는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가 '알짜배기'로 부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가 적은 금융 공공기관장 인기는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원장 공개 모집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3년 임기를 마친 이계문 서금원장 후임을 찾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서금원장 인선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서금원장 모집 공고를 지난 9월 23일 1차로 낸 데 이어 지난달 8일 2차 모집을 실시했다. 서금원장 후보군을 추려 최종 인사권자인 금융위원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2차 모집을 지난달 22일 마감한 뒤 한 달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1, 2차 모집 공고 과정에서 서금원장 후보로 지원하거나 추천된 인사 가운데 적임자가 적었다고 본다. 특히 서금원장 주요 후보군인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 출신 관료들이 서금원장 자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면 임기 3년을 채우긴커녕 문재인 정부와 함께 퇴임하는 '순장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월에 각각 박재식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점도 서금원장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 관료 사이에서 금융협회장은 공공기관보다 정권 교체 여파가 약한 반면 보수는 더 많은 '알짜 직위'로 통해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한 서금원장 보수는 2억6,150만 원인 반면 금융협회장 연봉은 4억 원대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계문 원장이 서금원을 1년만 더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문성유 전 사장 후임을 뽑기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문 전 사장은 임기 1년을 앞두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달 말 중도 사퇴했다.
관가에선 그동안 조직 규모가 큰 캠코 사장을 노리는 경제 관료들이 많았으나, 정권 말에 실시하는 이번 공모는 서금원처럼 미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공공기관장 위상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기관장 임기를 보장하는 관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