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전세난 아닌 전세난'이 불어닥쳤다. 매물은 쌓이는데 세입자들은 "살 집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상현상이다.
18일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01건으로, 전년 동기(1만2,925건)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8월 15일(3만833건)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매물이 쌓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7월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급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기존 세입자들의 계약 기간이 2년 연장되면서 시장에서 매물이 급속히 사라졌다. 지난해 7월 4만 건 전후였던 전세 매물은 같은 해 10월 8,313건으로 80% 이상 감소했다. 이후 임대차법 후폭풍이 잦아들면서 올해 1월 2만 건 수준으로 반등했고 이달 들어 3만 건 이상까지 회복됐다.
매물은 예년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반대로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18일까지 신고 기준)는 7,686건으로 지난해 10월(1만890건) 대비 29.4% 감소했다. 특히 9월 거래량은 6,903건까지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가 7,000건을 밑돈 것은 2015년 9월(6,420건) 이후 6년 만이다.
이는 매물 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있지만 전셋값이 워낙 많이 뛴 탓에 전세를 포기하고 반전세나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전세거래가 대폭 감소한 올해 9월 서울 월세 전체(월세·준월세·준전세) 거래는 4,36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4,486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총량 규제와 금리 인상도 전세자금 마련에 걸림돌이 됐다. 특히 전세대출은 아직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지만 보증금 인상분에 대해서만 대출을 해주는 등 제약이 생겼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은마 등 아파트단지 전세 매물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맞다"면서도 "전셋값이 1년 새 30% 가까이 급등해 '갈아타기'에 나선 세입자도 반전세 위주로 찾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이라는 변수를 앞두고 관망세로 돌아선 수요도 전세거래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여야 후보의 공약이 180도 달라 대선 결과가 부동산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며 "보수적인 수요자들은 내년까지 시장을 지켜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