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014년 현대그룹이 매입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일부가 과거에 봉은사가 소유했던 사찰 내부 토지(경내지)라고 주장하면서 근거를 공개했다. 조계종은 경내지는 법적으로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봉은사에 소유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조계종은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70년대 권위주의 정권이 강압적으로 봉은사 토지를 강제수용했다고 강조하면서 해당 토지는 애초에 법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한 경내지였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종법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장이 봉은사 주지를 맡기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도 조계종이 주관했다.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당시 주지스님께서 한 평의 땅도 처분하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중앙정보부가 스님들을 압박하고 협박해서 우리의 역사 문화가 잘려 나갔다”라면서 “문화유산이 권력자들에 의해서 유린당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날 조계종에 따르면 봉은사는 현재의 위치(강남구 삼성동)에서 남쪽으로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1970년 상공부가 이를 빼앗다시피 사들였다. 해당 토지의 소유권은 강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강 일부를 매립해서 한강을 메우고 새롭게 조성한 땅으로 이전됐고(환지) 최종적으로 한국전력공사로 넘어갔다. 조계종은 정부가 땅을 사들여 한국전력공사에 내주었던 일련의 과정이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말소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봉은사가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를 요구하는 부지는 150㎡로 한전 부지의 극히 일부분이다. 이에 대해서 봉은사를 대리하는 LKB&파트너스의 김종복 변호사는 “10조 원이 넘는 가격에 (현대차그룹에) 팔린 대지에 대해서 한번에 소송을 걸려면 인지대 등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이유로 일부 땅에 대해서만 소송을 했다”면서 “저희로서는 명예회복도 중요하고 여기서 승소하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은사가 소송에서 입증하려는 점은 두 가지로 △국가가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해당 토지가 경내지였다는 점이다. LKB&파트너스는 이날 1952년 봉은사 일주문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일주문의 실제 위치가 지금보다 1㎞ 가까이 남쪽에 있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국가가 봉은사로부터 매입한 토지 상당 부분이 경내지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김 변호사는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르면 경내지는 처분할 수 없다”라면서 “국가에 매각했던 토지의 대부분이 봉은사 스님들이 예불을 올리고 행사를 진행하는 필수적 시설이었으며,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승과를 치른 장소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 땅은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땅이었고, 조계종은 지금이라도 거기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명예훼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