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위’ 美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폭스바겐마저 제쳤다…“혁신인가 거품인가”

입력
2021.11.18 04:30
美 나스닥 상장 5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180조 기업 등극
'테슬라 대항마' 루시드도 포드 넘어 시총 8위 올라섬
전문가 "車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도 따라가야 살아남는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미국 나스닥 상장 5거래일 만에 폭스바겐마저 제치고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올라서면서다. 또 다른 전기차 업체인 ‘루시드’도 최근 주가가 급등, 포드 시총을 넘어섰다. 이처럼 전기차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상승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품론’과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게임체인저’로 인정하는 '혁신론'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리비안은 16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전날 대비 15.16% 상승한 172.0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주식시장에 데뷔한 지 5거래일 동안 매일 5~29% 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가격(78달러)보다 120.5%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리비안의 시총은 1,519억5,400만 달러(약 180조503억 원)로 불어났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독일 ‘폭스바겐’의 시총(1,386억674만 달러)보다 9.6% 높은 수준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3위에 해당한다. 리비안보다 시총이 높은 기업은 테슬라(1조590억 달러)와 도요타(2,585억2,014만 달러)뿐이다. 창업 12년, 양산 3개월밖에 안 된 신생 전기차 업체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임러, 포드 등을 단숨에 제친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파란은 고급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까지 이어졌다. 테슬라의 또 다른 대항마로 꼽히는 루시드의 이날 시총은 898억1,800만 달러(약 106조3,894억 원)까지 증가, 자동차 업계 8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루시드의 종가는 전날 대비 23.71% 급등한 55.52달러를 기록했다. 루시드는 올 3분기 5억2,400만 달러(약 6,194억 원)의 순손실을 입었지만, 전기차 사전예약이 1만3,000대가 늘어나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사실상 지각변동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연일 고공행진 중인 전기차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우선, 전통 자동차 업계에선 ‘거품론’을 주장하고 있다. 리비안, 루시드 등은 대량 양산 체제도 갖추지 않았고, 실제 고객들에게 인도한 차량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리비안이 지금까지 판매한 150대의 전기 픽업트럭은 모두 ‘아마존’ 직원들에게 보급됐다. 루시드는 지난달부터 고급 전기차 ‘에어 드림’ 인도를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리비안은 테슬라와 달리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차종이 한정적이고, 품질 측면에서도 대량 양산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5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뻥튀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리비안, 루시드 등이 테슬라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2035년 유럽을 시작으로 2040년부터는 미국과 한국 등 대부분 세계 자동차 선진시장에서도 친환경차 판매만 가능하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시설과 인력 등에 매몰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기차 중심의 기업에 비해 성장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 리비안 등은 단순이 전기차만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과 융합을 염두에 둔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이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수십 년간 훌륭한 기업으로 존재했던 전통 완성차 업체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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