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상부처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0년 만에 방한한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간 통상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국의 철강 수입제한조치 철회와 관련된 논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최근 유럽연합(EU)에 철강관세 부과 조치를 완화함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가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우리나라도 조속한 재협상으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18일 방한해 한국 측 통상장관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미 통상장관의 방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됐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일 한미 국장급 회담을 통해 미국의 철강 수입제한조치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미 정부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해왔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EU와 일본 등에 철강관세 25%를 부과했다. 우리나라에 한해선 연간 대미 철강 수출물량을 3년간(2015~17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현재 전임 정부에서 정한 수입산 철강 관세부과 조치를 제자리로 돌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EU산 철강에 일괄적으로 정했던 관세부과 조치를, 일정 물량 이상에서만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완화했다. 이달 중순에는 일본과도 같은 맥락의 협상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양국 통상장관 간 만남을 계기로 미국의 철강 수입제한조치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2018년 철강관세 부과 조치의 표적인 된 건, 유럽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박에 유탄을 맞은 성격이 크다.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출범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EU, 일본 등과 새로운 통상협상을 벌이길 원했고 지렛대로 철강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유럽과 일본에 철강관세를 부과하면서 유사한 시장인 한국만 예외로 둘 순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인 EU,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철강관세를 철회하는 것으로 한국도 동일한 선상에 놓일 것”이라며 “방한하는 타이 대표가 재협상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들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USTR는 타이 대표의 일본과 한국, 인도를 거치는 이번 순방 일정에 대해 "핵심 동맹·파트너 국가와의 무역·경제 관계 강화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미 간 재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2018년 당시 미국의 직접적 철강관세 부과조치를 피하기 위해 양국 간 협의 끝에 수출물량을 제한하는 수입제한조치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한국과는 이미 재협상을 했다고 판단, 현재 처음으로 재협상을 진행하는 EU와 일본과는 처지가 다르다고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에선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통해 자국내로 우회 수출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6위 철강 생산국으로 글로벌 친환경 철강산업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미국의 수입제한조치 철폐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