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소재 회사에서 남녀 직원 두 명이 생수를 마시고 쓰러진 이른바 '생수병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인사에 불만을 품은 동료 직원 강모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서초경찰서는 16일 "피의자 강씨의 휴대폰, 태블릿PC, 사무실 용품 등 주변을 수사한 결과 공범 정황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만 강씨가 사건 이튿날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터라, 강씨의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달 18일 이 회사에선 남녀 직원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 여직원 A씨는 의식을 회복했으나 팀장 B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같은달 23일 사망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10일엔 강씨와 1년가량 사택에서 룸메이트로 지냈던 C씨가 독극물이 든 음료를 마시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강씨가 살인할 고의를 갖고 세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강씨가 지방 근무처로 발령날 가능성을 접하고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강씨의 메모에는 A씨가 자기와 나이가 같은데도 일을 많이 시킨다는 불만이 적힌 것으로 조사됐다. C씨에 대해서는 자신과 가까운 사이인데도 인사 문제를 도와주지 않아 불만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범행 한 달여 전인 9월 초 인터넷으로 독극물을 검색했고 그달 범행에 사용할 독극물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B씨의 혈액에선 독성 화학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고, 강씨 또한 이 독극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씨의 혈액과 피해자들이 마신 생수병에선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아, 이들의 음독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생수병이 사건 발생 8시간 만에 수거돼 그새 바꿔치기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피의자가 사망해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