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개사과' 벽화 기획자 "이재명 겨냥한 그림도 수준 높다면 허용하겠다"

입력
2021.11.13 13:27
굿플레이어 김민호 대표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 
"이재명 후보 풍자 벽화도 수준 높다면 허용"
"광고판 부착 가능하냐는 문의도 들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한 이른바 '쥴리 벽화'가 지워진 자리에 또다시 윤 후보를 겨냥한 벽화가 등장한 가운데, 이를 기획한 문화·예술 기획사 대표가 "진영과 관계 없이 수준 높은 예술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A 중고서점 외벽에는 윤 후보의 언행 및 가족 논란을 연상시키는 손바닥 왕(王)자, 개 사과,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는 문화·예술 기획사인 굿플레이어의 김민호(51·김선달) 대표가 지난 여름 '쥴리 벽화' 논란을 보며 구상한 기획물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7월에 '쥴리 벽화'가 생겼을 땐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그린 걸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며 "그러나 곧 대중들의 관심이 유례 없이 쏠리는 모습에 사업 모델로 활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년 6월까지 해당 외벽을 대여하기로 건물주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대여 후 많은 작가들에게 작품 제안을 했지만 모두 부담스러워했고, 국내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지성진(43·예명 닌볼트)씨만 용기를 냈다"며 "작품 내용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맡겼으며 나는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겨냥한 벽화 메시지는 본인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벽화를 중심으로 '시끌벅적한 예술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준만 보장된다면 벽화 빈 공간에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메시지의 작품을 그리는 것도 당연히 허락할 것이며, 오히려 그런 '배틀'을 장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벽화 앞에서 춤을 추든 기타를 치든 아티스트들 마음이지만 집회나 시위는 주위 상권에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같은 '벽화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아직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작품 신청이 들어오진 않았다"면서도 "만약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면 다른 지역에도 같은 방식으로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LED 광고판 등을 부착해도 되냐는 문의는 벌써 여러 업체에서 들어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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