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 보증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한 주택 가격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급등한 주택 가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책 대상을 초고가 주택으로 제한할 경우 가계부채 억제와 '갭투자(전세 낀 매매)' 방지라는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충돌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TF)'는 SGI서울보증이 고가 전세에 대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거치는데 현재 보증금 상한선이 없는 곳은 SGI서울보증이 유일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수도권 기준 5억 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만 보증상품 이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거 취약계층 등 서민을 위한 전세 보증이 고액의 전세 대출에 쓰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비교적 융통이 쉬운 전세자금대출로 갭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꼼수 투기'가 횡행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폐단을 막고자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을 회수토록 했다.
문제는 제한선을 얼마로 정하느냐다. 당초 업계에서 '9억 원 초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흘러나오자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직방에 따르면 2017년 서울에서 9억 원이 넘는 아파트 전세 거래는 3,648건에 불과했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빠르게 뛰면서 올해 8,830건으로 증가했다. 임대차2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8월을 기점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고가 전세 주택 기준은 9억 원보다 높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고가 전세 기준을 마냥 높이는 것도 정답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9억 원 다음으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15억 원 초과' 기준을 적용하면 정책 대상이 되는 가구 자체가 얼마 안 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제만랩 집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전체의 보증금 15억 원 초과 아파트 전세 거래는 1,617건에 불과하고 그 중 서울이 1,568건을 차지한다. 최근의 급등세를 감안해도 전국적으로는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제한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실수요자 보호와 갭투자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9억 원과 15억 원 사이에 적정 수준을 설정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