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제도 변경 일방통행, 더는 못참아"… 대정부 투쟁 나서는 농민들

입력
2021.11.10 14:00
강원 화천군 등 농가 국방부 상경시위
"정부, 부실급식 원인 조달체계에 전가"

국방부가 군(軍) 부대에 공급할 식자재 납품업체를 전면 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강원 접경지역 농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부실급식의 책임을 지금의 식자재 납품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천군은 최근 열린 농업인 단체와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와 볼멘소리가 쏟아졌다고 10일 밝혔다. 여러모로 어려운 가운데 군납 물량마저 줄어든다면 피해가 클 것이란 얘기였다.

군 급식 납품시장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에 이른다. 강원지역에선 지난해 기준으로 19개 농축수협이 3만2,000톤의 식재료와 우유를 일선 군 부대에 납품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640억 원 가량이다.

더구나 국방부의 경쟁입찰 도입이 '국가는 접경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을 우선하여 군부대에 납품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제25조)에 역행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문순 군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도내 접경지역 지자체와 연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 보다 효율적 방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농축협과의 수의계약 물량을 내년엔 70%까지 줄인다. 이후 매년 20% 포인트씩 계약물량을 줄이다 2025년엔 전면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쟁입찰이 이뤄지면 저가 수입농축산물이 등장하고, 대기업의 납품시장 진출로 농민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경쟁입찰 도입으로 대기업과 수입상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농업인들이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화천군납협회는 조만간 서울 국방부와 청와대 앞에서 급식제도 개선안 폐기를 촉구하는 상경시위에 나선다. 협의회는 "문제가 된 군 부대 부실 급식의 원인은 관리시스템에 있음에도 국방부가 농산물 조달체계를 바꾸는 본질에서 벗어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3일 이들이 화천군에 주둔하는 2곳 보병사단을 찾아 시위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강원도 역시 접경지역 만이라도 지역 농산물을 우선 공급하는 현행 군납제도를 유지해달라는 입장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학교 급식 시스템과 같이 접경지역에 식자재 유통센터를 만들면 군 부대 입장에선 비교적 싼 가격에 식자재를 공급받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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