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출판인들에게 프랑크푸르트는 국제도서전으로 익숙하다. 전 세계 도시마다 국제 도서전이 열리고 있지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규모는 전 세계 도서전에 있어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바야흐로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마친 나는 지역의 대표적인 광장인 뢰머광장을 방문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뢰머광장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형성된 광장으로 그 역사가 깊다. 로마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라고 해서 로마와 유사한 뢰머라는 이름이 지어진 광장이다. 대관식이 벌어질 정도로 지역의 중심 의미를 담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다. 현재 시청사가 위치하고 있으며 상업존들과 역사적 유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뢰머광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광장의 한쪽에 마련된 타워형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우린 걸어서 광장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구두점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일행들 중 일부 여성분들이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새로 편한 신발을 사는 게 좋겠다고 누군가 건의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나도 평생 애장하는 단화를 구입, 오래오래 신었다.
편안한 신발을 신지 않으면 광장을 돌아다니기도, 이곳의 생활 패턴에 적응하기도 힘든 구조였다. 광장의 바닥은 오래된 돌들로 마감되어 있었기에 예쁜 신발을 신고 다니기엔 너무도 불편한 구조이기도 했다. 특히, 차량이 통제된 넓은 광장 안에는 대형 쇼핑몰들이 즐비했고 상업시설도 많이 있었지만 어느 곳 하나 차량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다. 광장을 중심으로 둘러쳐진 상가와 가게들은 즐비하고 사람들도 많았지만 차량은 건물 앞이나 주변에서조차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보이는 차량은 동유럽에서 온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청소차량이었다. 전범국가 독일은 사과의 의미로 주변 지역 국가에 지원사업을 많이 펼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비교적 경제환경이 안 좋은 동유럽 주변국가에 선처를 해온 모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자동차가 접근을 하지 못하면 불편한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식당 앞까지 차가 도달하고 주차가 편해야 괜찮은 곳이 되었다. 그래서 전국 어디를 가도 주차장을 확보해 달라는 민원이 들끓는다. 하지만 뢰머광장을 보면서 느낀 점은 어느 누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즐겁게 장소를 즐기며 만끽하고 있더라는 점이었다. 도리어 그 환경에 맞추어 편안한 신발을 사고 버스킹하는 전통복장을 입은 가수들을 즐기며, 쇼핑과 문화를 향유하는 미소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기억이다. 사람들이 걷는 거리에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주차로 인한 시각적 불편함도 전혀 없고, 오직 넓은 광장과 병풍처럼 도열한 역사적 건물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곳이 역사를 가진 유럽의 광장이라고 부르는 곳의 모습이었다.
걷는 문화가 익숙해지면 도시의 스케일과 패턴도 그에 맞추어 변화된다. 주차장으로 버려지는 공간은 줄고 생태형 마을 공원들이 채워지게 될 것이다.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도망치듯 도시를 탈출하는 행렬을 보기보다 삶의 여유를 마을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뢰머광장을 방문하기를 난 기대한다. 낡도록 신었던 편안했던 구두를 다시 찾아 신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