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한달] '청년' 짝사랑... "反윤석열, 내게 오세요"

입력
2021.11.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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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10일 대선후보가 된 후 지지율이 한 달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컨벤션 효과'를 업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상승세를 그저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당장은 윤 후보를 저지할 뾰족한 수가 없다. 이 후보 스스로 대장동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에 발이 묶인 탓이다.

진보는 보수로, 보수는 진보로 확장하는 것은 통상적인 선거 전략이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보수 표 끌어안기에 공을 들였다. 이 후보는 대신 2030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청년, 청년... 한 달간 집중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 후보의 공식 일정 21건 가운데 청년 관련 일정은 8건(38.1%)에 달했다. 3일 웹툰 작가와의 만남 → 4일 개미 투자자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한국거래소 방문 → 5일 경북대 학생들과의 대화 → 6일 서울 동대문 청년공유주택 방문 등 '1일 1청년' 일정을 소화했다. 정책 메시지의 타깃도 청년이었다. '동학개미' 표심을 의식해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약속했고, "상상이 잘 안 되는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의 문 대통령과는 다른 선택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초반 보수층에 구애했다. 대선후보 첫 공식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참배했고, 경기 공군작전사령부를 찾아 안보 메시지도 냈다.

반면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지난 5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보수 유권자 공략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윤석열 이탈한 홍준표 지지자에 열려 있다"

이 후보가 '청년'에 집중하는 데 대한 한 측근의 설명. "2030세대의 유난히 낮은 지지율이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다만 윤 후보도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먼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윤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에 이 후보 측은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고, 반(反)윤석열 정서를 가진 2030세대가 이 후보의 1차 타깃이다. 이 후보는 8일 ‘2030 남성이 홍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를 분석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선대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이재명의 청년 공략 '딜레마'

2030세대 남성들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실망하고, 조국 사태에 분노하며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이 후보가 이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르려면 문재인 정부의 기본 가치와 노선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수준의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재인계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2030세대는 기본소득을 비롯한 이 후보의 보편복지 정책에 대한 반감도 크다. 지난달 20, 21일 문화일보·모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75.2%가 기본소득에 반대한다고 했다. 전 연령대에서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절차적 공정과 능력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강조하는 2030 세대가 이 후보의 기본소득 철학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강진구 기자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