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중국 사이 공역으로 미군이 정찰기를 띄우자 중국은 전투기로 맞섰다. 중국 조종사가 물리적 충돌을 위협하며 경고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어와 이번에는 대만이 퇴거 작전에 나섰다. 사태가 수습되자 대만과 중국은 각기 “성공적인 작전수행”이라고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9일 자유시보, 환구망 등 대만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전 대만 서남부 상공에서 중국 방향으로 날아가는 미 공군 E-8C 조인트스타즈가 포착됐다. 고성능 영상레이더로 250㎞ 떨어진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추적ㆍ감시할 수 있는 정찰기다. 이에 중국은 젠(J)-11 전투기 2대와 KJ-500 조기경보기를 띄웠다.
하지만 E-8C가 기수를 돌리지 않자 전투기 조종사는 오전 11시 30분쯤 “우리는 중국 공군이다. 당신은 중국 영공에 접근해 비행 안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차단작전에 나서겠다”고 무선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여차하면 격추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경고메시지는 중국어와 영어로 잇따라 나왔다.
8분 뒤, 정찰기는 더 이상 중국 쪽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중국 군용기가 문제였다. 미 정찰기를 몰아내려다 대만 ADIZ에 진입했다. 그러자 대만 공군은 전투기와 초계기를 출격시켜 맞서면서 지상의 대공미사일로 중국군의 항공궤적을 추적했다. 이에 중국은 추가 도발을 삼갔고 군용기는 기지로 복귀했다.
양측은 서로 “우리 군사력이 우위”라고 강조했다. 대만 공군사령부는 “절차에 따른 신속한 작전으로 주변 공역의 완전무결함을 보증했다”며 “중국 군용기는 대만 ADIZ의 구석지역에 잠시 진입했다가 물러났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동부전구는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인 만큼 중국 군용기의 비행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면서 “중국은 대만 독립을 좌절시킬 의지와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ADIZ를 넘어선 횟수는 지난해 380회에서 올해 700회를 훌쩍 넘어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전투기로 대만을 제압할 화력을 보강하고 있다. 국영 CCTV는 신형 J-16D전투기가 실전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본뜬 것으로 알려진 기종으로, J-20 스텔스전투기와 함께 중국의 최신 공중전력에 속한다. 군사 소식통은 “중국의 ADIZ 도발이 증가한 건 위협수위를 높이면서 대만 유사시를 가정해 다양한 조합의 전투기 투입을 시험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