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요소수 대란에 '반사이익'?… 중고차·공유차량 '활짝'

입력
2021.11.10 04:30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와 경유 차량 운행의 필수품인 요소수 대란이 겹치면서 신차 대신 중고차 구입이나 공유 차량 수요가 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공급망 붕괴 여파로 신차 출고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자동차 플랫폼 겟차에 의하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용 전기차 모델인 GV60은 사전 계약 이외의 주문에 대해선 출고 기간이 1년 이상 걸린다.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각각 주문 후 11개월과 9개월 이후에나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기아의 주요 차종 출고 대기 기간은 6개월을 훌쩍 넘는다.

이 같은 출고대란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량 구매를 계획한 소비자들은 신차 대신 중고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대수는 395만2,820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10월까지 누적 거래량이 328만2,375대로, 연간 거래량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요소수가 필요 없는 구형 경유차의 중고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거래량이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기업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13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중고차 유통 플랫폼 업체 케이카의 3분기 실적은 매출 4,900억 원, 영업이익 18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모두 역대 최대치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3%와 36.1%씩 증가한 규모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중고차 업체들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내년에도 중고차 업계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돼 30% 이상의 고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공유차량 업체 역시 신차 출고 대란의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는 이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4.4% 증가한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흑자 전환도 달성했다.

쏘카에 따르면 3분기 카셰어링 이용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1% 상승했다. 쏘카 이용객들의 이용 건당 평균 이용시간과 이동거리는 지난해 대비 각각 16%, 15%씩 늘었다. 필요할 때만 쓰던 공유차량 이용 패턴이 일상 속 자가용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차의 수요·공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대체 수요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데다, 수많은 공급망이 얽혀 있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 공급망 불안이 터져나올지 예측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에 대부분의 물량을 의존하던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작은 부품 하나가 부족해지자 자동차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며 "전기차·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미래에는 공급망 불안 요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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