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전하는 K-POP의 이면

입력
2021.11.10 08:06

"타인의 상처까지도 예능이 되는 시대, 노력이 웃음거리가 되는 시대, 이긴 자만 기억하는 시대." 과거 '미생'이 직장 내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다뤘다면 '아이돌'은 K-POP 산업 속 조명 받지 못하는 이들을 담으며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새 드라마 '아이돌'은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안내서로 자신의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방송은 '망돌'(망한 아이돌의 준말)의 대표 코튼캔디 제나(안희연)의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됐다. DJ 장성규는 "이러니까 망한다"면서 계속 제나를 비하했고 제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그룹을 홍보했다. 제나는 "나는 망돌이다"라면서 장성규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방송이 끝난 후 꾸지람을 들었다.

그 시각 엘(추소정)은 녹음실에 갔다가 재벌 3세로부터 생일 파티에 노래 아르바이트로 오라며 모욕을 당했다. 사실 코튼캔디 멤버들은 계약이 남았기 때문에 해체하지 못하는 속 사정이 있었다. 행사를 잡아도 낮은 인지도로 인해 엎어지는 일이 대다수였다.

제나는 다른 소속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지만 못 들은 척하며 넘겼다. 같은 소속사 그룹 하이틴과의 비교도 애써 넘기면서 소속사 직원들의 비위를 맞췄고 행사 일정을 받았다. 마진우 대표(정웅인)은 코튼캔디 멤버들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조기 해체를 보류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K-POP 뒤 어두운 이면

'아이돌'은 현실을 극복하고 결국 꿈을 이뤄 대스타가 되는 흔한 아이돌 인생 역전 스토리가 아니라 미련 없이 다른 꿈에 도전하고자 멋지게 포기하고 싶은 청춘들의 실패를 조명한다. 그간 아이돌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들이 대체로 데뷔와 흥행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이돌'은 결이 다르다.

현재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망돌'이라는 이름으로 잊히는 이들이 수백, 수천 명이다. 언젠가는 저 위로 올라갈 수 있겠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가지고 계속 발버둥치는 이들을 조명한다. 극중 엘은 제나에게 "정말 우리에게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음표를 던진다. 신인 시절 열심히 하면 금세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작품은 극명한 톤 차이를 둬 과거 무대 위 코튼캔디의 빛나는 모습과 현실을 대비시킨다. 꿈과 희망으로 무대를 꾸몄던 멤버들은 더 이상 없다. 기대주로 손꼽혔던 코튼캔디는 잊혀졌고 무명의 아이돌만 남았을 뿐이다. '아이돌'이 앞으로 현실과 꿈 사이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길까.

한편 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이돌'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0.751%를 기록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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