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여파가 완성차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경유(디젤) 신차 출시에 필요한 요소수를 놓고 일선 서비스센터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어서다. 기존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선 요소수 지원에 나서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초 계획했던 신차 출시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요소수를 직접 구매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지만, 물량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공장에서 디젤 신차 생산을 위해 구비해둔 요소수 중 일부 물량을 전국 서비스센터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와 판매점에 빗발치는 고객들의 요소수 구매 요청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요소수 사정도 여의치 않다. 실제 이달 초에 이미 전국 블루핸즈(현대차·제네시스), 오토큐(기아), 현대모비스 서비스센터의 요소수 재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요소수는 마트, 인터넷, 주유소 등에서 주로 유통되는 물품인 만큼 애초부터 서비스센터 구비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운전자가 대부분이었던 요소수 구매 고객이 디젤 승용차 운전자까지 확대되면서 빠르게 소진됐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 국내 사업본부는 생산본부에 요소수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고객 불편과 불만을 달래주기 위해 일부 물량을 나눠 달라는 것이다.
생산본부 측은 난색을 표시한다. 요소수를 서비스센터에 공급해주면 신차의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어서다. 현대차·기아는 전국 공장에 약 2~3개월분의 요소수 재고를 비축해두고 있다. 이는 다른 부품들의 평균 재고(4~6개월)보다 적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고생 중인 공장 입장에선 요소수까지 생산 차질의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신차 생산도, 고객 서비스도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요소수 재고를 나누는 것이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자동차나 쌍용자동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디젤 승용차 신차 생산에 들어갈 요소수는 연말까지 충분하지만, 현재 양사의 서비스센터에서 요소수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아직까지 상용차 라인업이 없는 양사의 경우엔 고객 불만이 거의 없지만 요소수 대란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양사의 디젤 승용차 구매 고객의 요소수 지원 요청도 이어질 게 뻔해서다. 양사의 유럽이나 호주 등을 포함한 해외에서 요소수 찾기에 나섰지만 유통경로 확보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요소수 대란에서 여유로운 모습이다. 디젤차 라인업을 대폭 줄였고, 해외 본사에서 요소수를 직접 공급받고 있어서 재고도 충분하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의 국내 법인과 딜러사들까지 요소수 수급에 나서면서 고객 불편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신차 생산에만 영향을 줬지만, 요소수는 생산, 운반, 서비스 등 전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업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요소수 대란이 내년 상반기를 넘길 경우, 상용차를 판매하지 않는 국산차, 수입차 업체들도 본격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