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강렬함을 품은 완성도 높은 럭셔리 SUV…벤틀리 벤테이가 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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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8 13:30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 ‘대형’ SUV의 유행에 맞춰 전세계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SUV들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Bentley Motors)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 아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투아렉과 Q7(Q8), 그리고 고성능 SUV라 할 수 있는 ‘카이엔’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감성이 한껏 담긴 존재, ‘벤틀리 벤테이가’를 선보이게 되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더해진 벤테이가는 데뷔 이후 우수한 실적을 앞세워 ‘벤틀리’에게 큰 힘이 되며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21년, 가을에 마주한 ‘벤틀리 벤테이가 V8’은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벤틀리 벤테이가 V8은 말그대로 거대한 체격을 자랑한다. 실제 공개된 제원에 따르면 벤테이가 V8은 5,125mm에 이르는 긴 전장을 앞세웠고 전폭과 전고 역시 1,998mm와 1,730mm에 이르며 ‘소비자의 요구’에 합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러한 거대한 체격에 걸맞게 2,995mm의 휠베이스를 마련해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참고로 V8 엔진, 그리고 AWD 시스템 등이 더해져 공차중량은 2,530kg에 이르며 ‘압도적인 중량감’을 과시한다.

더욱 대담한 스케일을 과시하는 벤테이가 V8

데뷔 이후 국내 시장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던 벤틀리 벤테이가는 지난 1월, ‘디자인’ 및 상품성을 강화하며 경쟁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 특히 일반적인 ‘부분 변경’ 혹은 ‘디자인 변경’ 모델이라 하기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변화되어 도로 위의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덧붙여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들을 하나로 묶어 ‘코리안 패키지’ 마련해 그 완성도를 한층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실제 코리안 패키지는 외형 요소들은 물론이고 실내 공간, 그리고 각종 기능 및 편의사양까지 광범위한 구성을 갖췄다.

푸른색 차체는 그 거대함으로도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화려하게, 그리고 또 반짝이는 프론트 그릴과 스케일을 한층 강조한 바디킷은 그 존재감을 더욱 강렬히 제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큼직한 ‘B’와 두 개의 날개를 품은 엠블럼 역시 인상적이다.

최신의 벤틀리들이 그렇듯 벤테이가 역시 찬란하게 반짝이는 헤드라이트 유닛을 품은 것이 특징이다. 짙게 물든 푸른색의 차체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헤드라이트는 말 그대로 정교하게 다듬은 ‘크리스탈’을 보는 기분이다.

측면에서는 거대한 ‘체격’ 그리고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긴 크롬 가니시와 리어 펜더의 두터운 볼륨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더불어 코리안 패키지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뮬리너 드라이빙 스펙’ 사양의 22인치 알로이 휠 역시 인상적이다.

끝으로 후면은 벤틀리 고유의 감성이 드러나는 오목한 트렁크 게이트와 타원형 헤드라이트를 더해 고급스러운 SUV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덧붙여 고성능 모델인 만큼 듀얼 타입의 머플러 팁을 차체 양끝에 배치해 ‘강렬함’을 더했다.

화려하게 피어난 ‘클래식’

여러 브랜드 사이에서 각 브랜드들의 우열이나 중요도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만 ‘벤틀리’가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 아래 벤테이가의 실내 공간은 ‘럭셔리 브랜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 담겼다.

실제 도어를 열면 오렌지색 가죽과 광택이 돋보이는 우드 패널, 그리고 곳곳에 더해진 크롬 가니시가 ‘화려하게 피어난 클래식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버튼이나 레버, 그리고 마감 등에 있어서도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각 소재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점은 ‘타 브랜드’의 귀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벤테이가가 막연히 ‘화려한 클래식’에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우수한 그래픽이 돋보이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큼직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한 최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거대한 SUV’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덧붙여 각 기능의 인터페이스 설계 역시 ‘우수한 사용성’을 보장한다.

한편 벤테이가는 ‘브랜드의 격’에 맞춰 네임 오디오에서 벤틀리의 차량들을 위해 특별히 조율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해 ‘듣는 즐거움’에 방점을 찍는다.

워낙 거대한 체격을 갖춘 만큼 실내 공간의 여유는 충분하다. 실제 1열 도어를 열면 넉넉한 레그룸과 여유로운 헤드룸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의도적으로 시트를 높여 ‘시야’를 보다 넓게 확보하고,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덧붙여 시트의 퀼팅과 천공, 그리고 ‘벤틀리’ 엠블럼 자수를 통해 그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어지는 2열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1열 공간과 같이 쾌적한 레그룸, 그리고 여유로운 헤드룸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워낙 큰 체격을 갖추고 있어 시트의 크기나 쿠션감 역시 우수하며, 섬세한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다만 리클라이닝 기능 등을 수동 조작해야 하는 점은 ‘시선’에 따라 여러 판단을 낳을 것 같다.

이어지는 적재 공간 역시 준수하다. 테일 게이트 아래 마련된 넉넉한 공간은 다양한 상황에서의 우수한 만족감을 전한다. 여기에 2열 시트를 폴딩할 수 있어 그 활용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다만 워낙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공간이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부담’이 느껴진다.

542마력의 V8 심장을 품은 벤테이가

데뷔 초 벤테이가는 W12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웠고, 국내 시장에도 12기통 벤테이가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V8 엔진을 품은 벤테이가만을 마주할 수 있다.

벤테이가 V8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542마력과 78.5kg.m의 강력한 토크를 제시하는 V8 4.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AWD 시스템이 더해져 견실한 운동 성능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이러한 구성을 통해 벤테이가 V8는 정지 상태에서 단 4.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290km/h의 최고 속도를 자랑한다. 다만 복합 기준 6.7km/L(도심 6.0km/L 고속 7.8km/L)의 공인 연비는 감수해야 한다.

화려함과 강렬함, 그리고 편안함을 선사하다

벤틀리 벤테이가 V8과의 주행을 위에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화려함이 도드라지는 ‘오렌지’ 색상의 가죽과 특유의 클래식한 연출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시야를 확보했음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차량에 대한 만족감이 한층 높아진다.

통상 V8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라 한다면 시동과 동시에 강렬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이 느껴지거나 ‘날 것 고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벤테이가는 말 그대로 차분한 모습이다. 말 그대로 소음, 진동에 대하 능숙한 대응으로 본격적인 주행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더라도 ‘벤테이가’는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벤틀리 특유의 육중함이 잠시 느껴지고 곧바로 ‘강력한 성능’의 여유롭고 쾌적한 가속 성능이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정숙함을 유지하지만 고요함 속에서 V8 엔진의 질감이 느껴져 ‘본격적인 주행’의 기대감을 높인다.

차량의 무게가 워낙 무거운 편이라 ‘달리기 성능’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제원에서 볼 수 있듯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하며 힘을 기반으로 한 ‘찍어 누르는 드라이빙’을 안락함 속에 담아내 ‘럭셔리 GT’ 전문 브랜드인 벤틀리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덧붙여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한다면 곧바로 ‘드라이빙의 가치’를 더한다. 풍성한 사운드, 그리고 더욱 대담한 출력 전개가 느껴지고, 차량 전체가 긴장된 모습이다. 다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쾌적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V8 엔진과 합을 이루는 8단 자동 변속기는 군더더기 없다. 변속 반응이나 변속 시의 질감 그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변속기’라 평할 수 있다. 덕분에 주행을 하는 내내 운전자가 딱히 신경 쓸 부분이 없다.

여기에 기어 시프트 레버 상단에 B 로고를 큼직하게 새긴 잠금 해제 버튼, 그리고 패들 시프트 등이 더해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및 달리는 즐거움을 한층 강조한다. 다만 패들 위치가 다소 안쪽에 있어 조작 동선이 제법 큰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벤테이가 V8의 주행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주행의 완성도에 있다. 성능이나 승차감, 그리고 핸들링 퍼포먼스 등 그 어떤 요소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우수한 매력을 제시한다.

먼저 스티어링 휠의 조향 질감이나 조작감 자체는 차량의 체격이나 공차중량에 비해 가볍고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어 운전자가 보다 쉽게 차량을 다룰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때때로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의 벤테이가에 비한다면 훨씬 쾌적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게다가 주행 전반에 걸쳐 ‘럭셔리 GT’ 전문 브랜드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제 어지간한 노면 위를 지날 때에는 ‘특별한 감흥’이 없다. 노면 변화에 따른 충격이나 소음이 너무나 쉽게 억제 된다. 페달이나 엉덩이 시트를 통해 약간의 질감이 느껴지나 신경 쓰일 정도가 아니었다.

여기에 드라이빙 모드 선택에 따른 조율 능력도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승차감 속에서 균형감을 제시하는 모습이지만 스포츠 및 컴포트 모드 등을 선택할 때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차이’를 제시한다.

한편 벤테이가 V8를 시승하며 자유로를 달리며 그 효율성을 확인했다.

사실 주행을 앞두고 차량이 워낙 크고 무거우며 공인 연비 역시 그리 우수한 편이 아니라 ‘주행 결과’가 다소 걱정되었다. 그런데 막상 자유로를 주행하고 난 후에 확인한 구간 평균 연비는 12.4km/L로 공인 연비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라 ‘차량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높았다. 다만 항상 이러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점: 디자인, 공간, 드라이빙까지 가득 채워진 ‘럭셔리 GT’의 가치

아쉬운점: 때때로 느껴지는 무게감, 부담될 수 밖에 없는 효율성

벤틀리의 이유 있는 자신감, 벤틀리 벤테이가

벤틀리 벤테이가는 2019년과 2020년, 브랜드 글로벌 판매의 40% 이상을 담당하며 말 그대로 ‘브랜드를 이끄는 존재’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벤테이가를 더욱 섬세하게 다듬은 최신의 벤테이가는 ‘럭셔리 SUV’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든든한 이유’가 될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벤틀리 모터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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