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이유는?

입력
2021.11.05 15:36
'가입자 확보' 경쟁서 '체류시간' 경쟁으로 게임체인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디즈니 플러스, HBO맥스, 애플 플러스 등이 뛰어들며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맹추격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모바일 게임을 전격 출시하며 경쟁구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OTT '가입자 확보'가 포화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체류 시간 경쟁으로 게임 법칙을 바꾸려는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일 전 세계 구독자들에게 유명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 1984)' 2편과 '슈팅 훕스(Shooting Hoops), '카드 블래스트(Card Blast)' '티터업(Teeter Up)' 등 5종류의 게임을 공개했다. 이 게임은 구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넷플릭스 앱에서도 ‘기묘한 이야기’ 게임을 사용하거나 볼 수 있다. 게임 실행 시 로그인이 필요한데 넷플릭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이용이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게임 서비스를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고 IT 전문매체 더 밀크가 보도했다. 한 때 새로운 구독 서비스로 게임을 내놓는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넷플릭스는 기존 구독 모델에 게임을 포함시켜 ‘구독 의지’를 강화하고 가입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정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게임은 넷플릭스의 현재 구독료에 포함되며 추가 요금이나 광고 등은 없다. 즉, 신규 구독자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구독 유지 서비스인 셈이다.

넷플릭스 게임 중 2종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연관됐지만, 나머지는 이번에 모바일 게임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콘텐츠다. '기묘한 이야기 3 : 더 게임'도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과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지만 드라마에서 안 나온 캐릭터나 비밀도 숨어있다. '기묘한 이야기 : 1984'는 레트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과거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아케이드 게임과 흡사하다. 게이머들은 퍼즐을 풀고 길을 따라다니며 에고를 모으게 된다.

마이크 버두 넷플릭스 부사장은 “지금 당장 스토리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을 하든 당신이 좋아하는 스토리에 빠지는 게임을 하든 모두를 위해 뭔가를 제공하는 게임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것”라고 설명했다.

버두는 전직 EA와 페이스북(메타) 오큘러스에서 근무했었으며 게임 개발을 위해 올초 넷플릭스에 영입됐다. 넷플릭스는 향후 광범위한 종류의 게임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게임 스튜디오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어드벤처 게임 ‘옥센프리'(Oxenfree) 개발사로 잘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당장의 추가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존 고객들에게 구독 의사와 유지 가치를 높이는 ‘이용자들의 시간 점유’ 전략의 일환이다. 구독 모델 서비스의 경우 가입자들의 오랫동안 자주 방문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시장 1위지만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HBO MAX와 NBC 유니버설의 피콕 등도 추격도 만만치 않다. 전체 방송 시장 무게 중심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패럿 애널리스틱스(P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 점유율에서 넷플릭스는 7.7%로 1위였지만, NBC 6%, CBS 5.7%, ABC 5.1%로 기존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바짝 뒤쫓고 있다. 이들 지상파 방송사의 오리지널들은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NBC), Paramount+(CBS), 훌루(ABC)에서 방송된다. ‘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오리지널까지 합치면 사실상 신작에서는 넷플릭스가 경쟁사에 밀린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들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를 미디어 그룹으로 확장하면 미디어 그룹 입장의 경쟁 구도를 알 수 있다. 이럴 경우 20.1%의 수요를 점유한 디즈니그룹이 단연 1위다. 넷플릭스는 7.7%로 바이어컴CBS 13.1%, 워너미디어그룹 12.1%에도 밀린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서는 아직 넷플릭스가 수요 1위다. 다른 서비스들이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더디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 45.8%로 1위였고 아마존 프라임 12.1%, 디즈니 플러스 8.4%였다. 특히, 미국 내 점유율에 비해 해외 진출 국가가 많은 애플 TV 플러스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1%나 됐다.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12일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이에 앞선 4일 애플 TV 플러스도 한국에 서비스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압도적 우세는 계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