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유재수 2심도 집행유예... 일부 무죄로 뒤집혀

입력
2021.11.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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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인정액 4200만원→2100만원으로
일부 무죄로 뒤집히고 공소시효 만료도
'유재수 감찰무마' 조국 1심 재판 진행 중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재수(57)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승련 엄상필 심담)는 5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벌금 5,000만 원과 추징금 2,100여만 원도 함께 명령했다. 1심에서 벌금 9,000만 원에 추징금 4,200여만 원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융위원회 고위공무원으로서 금융위가 관리·감독권을 가진 회사들의 운영자로부터 상당 기간 다양한 방법으로 이익을 제공받아 죄질이 가볍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뇌물과 관련해 구체적 청탁이나 부정한 업무처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유 전 부시장이 위암 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유 전 부시장의 형량이 줄어든 건 1심에서 유죄로 봤던 혐의 일부를 항소심이 무죄나 면소(공소시효가 끝나 소송을 종결하는 것) 판결했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근무 시절 전후인 2010~2018년 금융업계 종사자 4명으로부터 4,9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가운데 4,200만 원 정도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에선 2,100여만 원만 뇌물로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5년 2월 자산운용사 설립을 계획 중이던 최모씨가 유 전 부시장의 책 100권을 사면서 '198만 원'을 책값으로 보낸 부분을 두고 “뇌물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유죄에서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유 전 부시장은 윤모씨에게 2010년쯤 2억5,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리고(700만 원 상당의 이자 면제), 1,000만 원을 갚지 않은 혐의 등도 받았다. 항소심은 이 부분에 대해 1심과 달리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범죄가 항소심에서도 상당수 유죄로 판단되면서, 감찰 무마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들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백원우·박형철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청탁을 받고, 감찰을 무마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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