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방지법' 칼 빼든 정부... 사업별 협약으로 이익 상한 설정

입력
2021.1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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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이윤율 상한, 고정 아닌 협약으로
'출자자 직접 사용분'은 출자 범위만큼만
국회 발의 법안과는 '온도차'

'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계기로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개발이익을 막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가운데 정부가 '대장동 방지법' 초안을 내놨다. 민관합동 사업에서 민간 이윤율을 출자자 협약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큰 방향은 같지만 모든 도시개발사업에 동일한 상한선을 못 박자는 의원발의 법안과는 차이가 있다.

민간 이익 상한 사업별 협약으로, 공공 지분 절반 이상이면 '분양가상한제'

국토교통부는 민관합동 사업에서 민간의 개발이익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개발 사업의 공공성 강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핵심은 △민간의 개발이익 환수 강화 △민관 공동사업 추진과정의 공공성 강화 △중앙정부의 도시개발사업 관리·감독 강화다.

국토부는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기 위해 민간 이윤율 상한을 사업별 출자자 협약에서 제한하는 안을 제시했다. 민간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6%나 10%로 고정하는 의원발의안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 지자체, 사업별로 리스크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법에서는 상한 설정을 의무화하고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동출자해 시행한 판교대장지구의 주택이 고분양가로 책정된 것과 관련, 앞으로는 공공의 출자비율이 절반을 넘는 사업에는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하기로 했다. 공공 출자비율이 50%를 초과하는 사업은 토지 수용이 가능한 만큼 민간사업자의 주택분양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개발사업 시 지가 상승에 부과되는 '개발부담금'의 실효성도 높인다. 현행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계획입지는 개발이익의 20%를, 개별입지는 25%를 부과하도록 돼 있으나 부담률이 낮고 면제 및 감면 사유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관 사업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출자자 직접 사용분은 '출자분'만큼으로 제한

국토부는 민관 공동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특수목적법인(SPC) 참여자 선정 방식을 공개모집으로 제한하고 세부 선정 절차 및 협약 사항, 지정권자의 승인에 관한 사항 등을 명확히 규정한다.

대장동 사업의 민간 시행사가 5개 블록에서 2,000억 원 이상의 추가 분양이익을 올려 논란이 된 출자자 직접 사용 토지분에 대해선 출자 범위 내로 민간의 직접 시행을 제한하고 사용 계획을 지정권자에게 승인받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전체 주택의 25% 등을 의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 규정은 지자체의 재량을 ±10%포인트 이내에서 ±5%포인트 이내로 축소한다. 충분한 임대주택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공공임대사업자(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용지 가격을 감정가에서 조성원가로 변경해 원활한 용지 매각 지원도 추진한다.

지자체 도시개발사업도 공공 감독 강화

중앙정부의 도시개발사업 관리·감독 체계도 강화한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는 구역면적 100만㎡ 이상 사업에 대해서만 국토부 장관이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을 협의하는데, 앞으로는 대상을 50만㎡로 확대한다.

국토부는 "법률 개정 없이 하위법령만으로 개선 가능한 사항은 즉시 개정할 예정"이라면서 "민관 공동사업에서 민간의 개발이익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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