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례적으로 구체적 수치와 함께 쌀과 밀의 비축 물량을 공개했다. 최근 중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재기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 시장과 마트로 향했던 불안한 민심이 발길을 돌릴지 주목된다.
국가식량물자비축국 천위윈 국장이 직접 중국 매체 앞에 섰다. 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는 전날 추곡 수매와 공급 상황을 설명하면서 “올해 식량 비축량이 7년 연속 6,500만㎏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어 “양대 주식인 밀과 쌀의 비축 비율은 70%를 상회하고, 특히 밀의 경우 풍작으로 향후 1년 6개월치 소비량을 비축했다”면서 “국수 등 밀과 쌀로 만든 가공상품 재고도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루 식량 가공능력은 쌀 150만 톤, 밀 80만 톤으로 중국 모든 국민이 매일 500g을 섭취할 경우 이틀을 먹기에 충분한 양이라는 수치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식량 긴급 가공업체는 5,500개, 36개 도시의 식량 완제품과 식용유 재고분은 20일을 웃돈다고 세부내용을 공개했다. 천 국장은 “재고가 충분해 곡물을 자급할 수 있고, 식량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중국 정부가 국민들 향해 읍소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화를 자초한 탓에 이처럼 다양한 수치를 속속들이 공개하며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앞서 1일 중국 상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생필품을 비축해 돌발상황에 대비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올겨울과 내년 봄 채소와 육류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만해협의 긴장 상황과 맞물려 전쟁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재기가 확산하고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중국 장쑤성 창저우와 충칭, 허난성 정저우, 안후이성 등 대형마트에서 앞다퉈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주민들이 몰렸다. 한 번에 300㎏의 쌀을 사가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 방역이 뚫린 수도 베이징의 일부 지역에서도 사재기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목격됐다. 동요하는 민심을 수습하고자 리커창 총리는 전날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면서 “육류, 계란, 채소 및 기타 생필품의 공급을 보장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안간힘을 썼다. 글로벌타임스는 “상무부의 생필품 비축 권고에 대만과 갈등 상황이 맞물려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 5월 대만의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비상상황에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곳곳에서 사재기 열풍이 일자 “대만이 중국 백신을 거부해 저주를 받은 것”이라고 비아냥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