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조만간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위해 ‘특별한 송별회’를 마련해 줬다. 프랑스의 유명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의 한 고성(古城)으로 메르켈 총리를 초대해 ‘유럽의 지도자’로서 그가 남긴 공로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의 본으로 메르켈 총리와 그의 남편인 ‘퍼스트젠틀맨’ 요아힘 자우어 부부를 초청했다. 두 정상 부부는 15세기 빈곤층을 위한 병원으로 설립됐다가 지금은 와인 경매장으로 활용되는 곳에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우선 시음했다. 이어 본의 고성으로 이동, 피아노 연주회를 즐기며 만찬을 함께했다.
메르켈 총리는 “진짜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장소”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초대 행사를 열어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양국 우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대십자상)도 받았다. 앞서 프랑스는 동서독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을 비롯, 게르하르트 슈뢰더·빌리 브란트·콘라드 아데나우어 등 다른 역대 독일 총리들에게도 같은 훈장을 수여했었다.
2005년부터 16년간 재임한 메르켈 총리가 교류한 프랑스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부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현직인 마크롱에 이르기까지 4명에 달한다. 마크롱 대통령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을 위해 유럽연합(EU)의 경제회복기금을 공동 주도하는 등 유럽통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물론 때로는 갈등도 있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강조한 긴축 재정에 동의하지 않았고,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미 의존도를 낮추자’며 제안한 유럽의 방위 전략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런 의견 충돌도 이제는 모두 옛일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에게 “프랑스와 독일의 우호적 관계는 당신의 헌신과 결단, 때로는 인내하고 경청하는 능력 덕분에 가능했다”는 헌사를 건넸다. 특히 자신의 트위터에 “프랑스는 당신(메르켈)을 사랑한다(Frankreich liebt Dich)”라는 독일어 메시지도 올렸다.
메르켈 총리는 ‘자연인 복귀’를 눈앞에 둔 상태다.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이자 최초의 동독 출신 총리인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마무리돼 새 정부가 출범하면 퇴임한다. 시기는 다음 달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9월 총선 이전에 이미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메르켈 총리는 당시 정계 은퇴 의사도 함께 밝혔다. 자의에 따라 사임하는, ‘아름다운 퇴장’을 예고한 최초의 독일 총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