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에서 또다시 극심한 혼란이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본떠 만든 가상화폐가 2만배 이상 폭등했다가 한순간에 ‘0’원으로 폭락하거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돈이 몰려 은행 앱이 다운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2일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개당 가격이 2,861달러까지 치솟았던 ‘오징어게임’ 코인이 한순간에 0.003달러로 추락했다. 지난달 26일 0.012달러에 상장된 후 일주일 만에 2만3,000배가량 폭등했다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자금을 가로채 사라지는 '러그 풀'을 의심하고 있다.
투기 열풍은 다른 ‘밈(유행) 코인’에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 밈 코인으로 불리는 ‘도지’ 코인처럼 시바견을 내세운 ‘시바이누’ 코인은 최근 한 달 사이 가격이 8배 폭등했다.
가격 급등으로 시바이누 코인 시가총액은 380억 달러(45조 원)로 가상화폐 시총 9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밈 코인의 원조격인 도지코인의 시총은 10위다. 전문가들은 밈코인의 가치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경고하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27일 '1인치네트워크' 등 가상화폐 3종을 신규 상장했다. 개당 4,164원에 거래를 시작한 1인치네트워크는 상장 당일 가격이 2만3,300원까지 치솟으면서 5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신규 코인을 사고 팔려는 고객들이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제공한 케이뱅크에 몰리면서 은행 앱이 30분 이상 ‘먹통’이 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 수요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연고점을 갱신한 비트코인 가격이 횡보하자 그 외 다른 코인들에 투자금이 쏠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미 크게 오른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은 시장에서 부정적 평가를 견디면서 조정기에 들어간 사이 가격이 싼 밈 코인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밈 코인이 추종하는 대상의 인기에 따라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기흥 경기대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을 이용해 일반 대중들을 현혹시킨 것”이라며 “백서나 새로운 기술을 내세우기보다는 직관적 이미지만 내세운 코인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