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지막 회담에서 퇴임길을 배웅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년간 독일을 이끌면서 유럽의 통합과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유럽 내에서 '무티(Mutti·어머니)'라고 불린다. 그는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메르켈 총리와의 한독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보여준 통합의 정치와 포용적 리더십은 모든 정치 지도자에게 모범이 되었다"며 "총리 재임 기간 한독 관계는 물론 한·EU(유럽연합) 관계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한국과 독일의 우호관계가 지속되고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양국이 경제·외교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온 데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4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한 것은, 돈독한 양국 관계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정상 모두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코드가 통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독일 방문 당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의 결실로 이어졌다"고 했고, 메르켈 총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울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소개했다. 숄츠 부총리는 "과거 함부르크 시장으로 재직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함부르크시와 부산시가 긴밀히 교류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앞으로 한독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퇴임 이후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에서 받은 명예박사(이화여대) 학위를 의미 있게 여긴다. 기회가 되면 방문하겠다"고 답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