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라는 외교 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외교’를 펼쳤다. 주요국 정상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축원해 주셨고, 초청이 오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가운 소식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진전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차례로 예방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 전에 조우해 2, 3분간 짧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교황 방북’을 곧바로 언급한 것은 것은 꽉 막힌 북미 관계를 어떻게든 누그러뜨려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미국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한반도 문제의 우군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겐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가 중요하다.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제든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기꺼이 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나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EU 측의 지속적 지지를 당부했다.
김정숙 여사도 평화 외교에 힘을 보탰다. 김 여사는 로마 콜로세움과 빌라 팜필리에서 열린 G20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해 달라”고 했다.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에게 “평화를 위한 여정에 한미가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한미 간 공식 정상회담은 30일까지 열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공식 회담을 한 만큼, 유럽 현지에서 또다시 공식 회담을 하기는 어렵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글로벌 공급망 회의’에 참석하고,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참가한다. 이에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나 북한 문제를 짧게 논의하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