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팬덤 이야기를 할 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어요. 재미있게 즐기며 좋은 추억 쌓자고 시작했는데 갈수록 열풍이 되더군요. 어느 순간 책임감이 생겼어요. 멋진 댄서들이 많은데 우리에게 관심이 왔다는 게 미안하기도 했죠. 주변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물론 예능까지 욕심 내는 댄서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전체적으로 댄서 신 분위기가 '업' 돼 있는 상태입니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최종 우승한 댄스 크루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는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프로그램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허니제이 외에도 라치카 리더 가비, 코카N버터 리더 리헤이, 훅 리더 아이키,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 웨이비 리더 노제, 원트 리저 효진초이, YGX 리더 리정과 권영찬 CP, 최정남 PD 등이 참석했다.
'스우파'는 그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댄서의 세계를 조명하며 화제를 모았다. 8월 24일 처음 방송된 이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지난 26일 종영했다. 국내 정상급 댄스 크루들인 YGX, 라치카, 원트, 웨이비, 코카앤버터, 프라우드먼, 홀리뱅, 훅 등 8개 팀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홀리뱅이 최종 우승했다.
'스우파'는 무대에서 가수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으로 인식되던 댄서를 무대의 진짜 주인공으로 세웠다. "TV 프로그램 출연이나 광고 섭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허니제이는 "일반적으로 여성 댄서라고 하면 볼거리 같은 가벼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십, 우정, 의리, 열정 등을 보여줘 여성 댄서들을 더 멋있게 봐주는 것 같다"고 했다.
가비도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가수를 빛내주기 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댄서들이 얼마나 개성 넘치고 실력 있고 재미있는 사람들인지 보여주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방송 출연 후 출연자들은 쏟아지는 러브콜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비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꿈 같다"면서 "그런 것들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리헤이 역시 "예능에 나가고 화보를 찍는 주인공이 되는 것 모두가 놀랍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스우파' 출연진은 웬만한 K팝 가수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내달 27일 서울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 콘서트 투어는 부산 광주 창원 인천 등 대부분의 공연이 예매를 개시하자마자 매진됐다.
리헤이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보니 학생이 저한테 와서 이런 춤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부모가 반대하고 걱정하곤 했는데 이젠 '이 분에게 이런 춤을 배운다'는 말로 한 번에 정리가 됐다더라"고 했다.
출연진들은 댄서들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인기의 비결로 꼽았다. 허니제이는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유명 연예인과 달리) 댄서들은 잃을 게 없어서 눈치를 안 봤고 가식적으로 행동할 필요도 없었다"며 "시청자들이 이런 걸 신선하다고 느꼈을 거 같다. 우린 연예인이 아니고 곁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스우파'는 출연진에게는 물론 아직 방송의 조명을 받지 못한 댄서들, 댄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적잖은 자극을 주고 있다. 모니카는 "'스우파'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면서 "원래 현실적인 성격인데 출연 이후 제자에게서 '에너지가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꿈이 커졌고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아이키는 "멋진 여성 댄서들이 나와서 본보기가 돼준 건 지금 도전하는 친구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뜨거운 관심 속에 종영한 만큼 '스우파' 시즌2나 스핀오프 프로그램 제작은 사실상 확실시된다. 남자 버전 스핀오프 제작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찬 CP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타 방송사에서 유사한 형식의 방송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우리도 들었는데 댄스 신이 활발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버전 제작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이다. 여성 댄서들과는 다른 남성 댄서들의 춤, 이들의 또다른 이야기와 드라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