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 간 ‘물고기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가 영국 정부의 조업권 축소 조치에 맞서 영국 어선 한 척을 나포하자, 영국은 즉각 수도 런던에서 근무하는 주영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해군 순찰선을 출동 대기시키는 등 맞불 시위도 벌였다. 양국이 물밑 접촉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갈등의 골이 메워지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들여 “(어선 나포는) 실망스럽고 불균형적인 위협”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또 웬디 모턴 유럽담당장관과 함께 29일 프랑스 대사를 다시 만나 이번 문제에 대해 회담을 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실상 공개적으로 전의(戰意)를 표명한 것이다.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 정부는 영국령 저지섬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해 일대 외국 선박의 조업권을 축소해 프랑스 등 EU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영국이 EU 어획량 쿼터를 인정하기로 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어겼다며 맹비난해 왔다.
양국 간 어업권 분쟁은 ‘제재’와 ‘맞불 제재’가 반복되는 ‘난타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달 마지막 주 저지섬 당국이 프랑스 어선의 조업 허가 신청 47건 중 15건만 승인하고, 15건은 보류, 17건은 거부하자, 프랑스 정부는 즉각 보복 카드를 꺼냈다. 다음 달 2일부터 영국 상품 세관 검사 강화, 영국 어선의 항구 정박 금지 등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하고, 영국보다 가까운 프랑스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저지섬에 전력 공급도 끊겠다고 엄포를 놨다. 영국 어선 나포는 일종의 보복 예고장이었다.
영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러한 위협은 가까운 동맹한테서 기대하는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제재에 맞서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저지섬 해역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 어민들이 조업권 제한에 대한 항의로 항구 점거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5월에도 프랑스 어선 50여 척이 저지섬 앞바다에서 대규모 해상 시위를 벌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어선의 항구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국방부가 해군 순찰선 두 척을 대기시켰다”고 전했다. 국방부 소식통은 “아직 저지섬 당국의 지원 요청은 오지 않았으나, 갑작스러운 상황 악화를 대비해 준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