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2개월 만에 결국 기소, '피고인' 신세 된 쿠오모... 여전히 결백 주장

입력
2021.10.29 17:30
전직 보좌관 1명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쿠오모 측 "정치적·부적절한 기소" 비판
NYT "기소로 피해자 폭로 신빙성 높아져"

성추행 의혹이 지난 8월 미국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기정사실화하면서 자진사임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결국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쿠오모는 여전히 “이번 사건은 정치적 음모”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그동안 제기돼 온 의혹의 신빙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뉴욕주(州) 올버니 법원은 “쿠오모 전 지사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며 “다음 달 17일 법정에 소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10일 뉴욕 주지사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한 지 2개월 반 만의 일이다. 올해 2월부터 전·현직 보좌관들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잇따르면서 궁지에 몰렸던 그는 8월 초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는 뉴욕주 검찰 발표로 결정타를 맞자 일주일 만에 자진사임을 택했다.

쿠오모에게 적용된 혐의는 전직 보좌관 1명에 대한 강제추행이다. 해당 여성은 8월 3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발표한 수사보고서 속 11명의 피해자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다. 공소장에는 “쿠오모가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피해자의 블라우스 안에 손을 넣고 신체를 만졌다”고 적시돼 있다. 다만 강제추행은 경범죄에 해당해 쿠오모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형량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등 상대적으로 가볍다. 미국의 성범죄자 리스트에도 등록되지 않는다.

쿠오모 측은 8월 수사보고서 발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쿠오모의 변호인 리타 글래빈은 “주지사는 누구도 괴롭힌 적이 없다”며 “이번 기소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뉴욕주지사 선거 출마를 노리는 제임스 검찰총장의 정치 공작’이라는 종전 주장도 계속 이어 갔다. 쿠오모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리처드 아조파르디는 “예상대로 제임스가 선거에 나오려고 한다”며 “정치적 기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 기소는 피해자들의 폭로 내용 신빙성을 한층 더 뒷받침하는 조치라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NYT는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결백을 주장하는 쿠오모의 입장에선 이번 기소가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검찰총장도 성명을 내고 “오늘의 기소는 수사보고서의 내용이 유효함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2010년 뉴욕주지사로 취임한 쿠오모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선제적 방역 정책으로 주가를 높이며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고, 8월 뉴욕 검찰이 “쿠오모가 전·현직 보좌관을 포함한 11명의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수사보고서를 발표해 치명타를 입으면서 끝내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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