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일정까지 늦추면서 찾은 곳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이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새로 만든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안을 설명했다. 초안 3조5,000억 달러(약 4,000조 원)에서 절반인 1조7,500억 달러(약 2,000조 원)로 규모를 줄였고 일부 항목도 조정했다.
백악관은 통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분과 공화당 반대 등 넘어야 할 고개가 있다. 처리가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탈리아 출국 전 의회를 찾은 뒤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을 했다. 그는 “몇 달간의 힘든 협상을 거쳐 역사적인 경제 틀(framework)을 마련했다”며 “(예산안이 통과되면) 수백만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후변화에 있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며 타협 필요성을 거론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3, 4세 아동 대상 유치원 과정 보편적 지원 △가정보육 지원 확대 △메디케어(고령층 의료보험)에 청력 손실 등 새로운 지원 항목 포함 △저소득층 가정 세액 공제 등의 사회안전망 강화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다.
특히 5,550억 달러 규모 기후변화 대응 예산은 원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예산은 청정에너지 개발 세액 공제 등의 내용이다. 민주당 진보그룹이 요구하는 사회복지·교육·기후변화 대응 예산 항목이 대부분 포함된 셈이다.
다만 절충 과정에서 △유급 가족휴가 △2년제 대학 등록금 무료화 등은 빠졌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사회복지 확대에 반대한 조 맨친·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 등 중도그룹을 의식한 결과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새 예산안을 두고 “이 기본계획은 가장 소득이 적은 가정이든, 스트레스를 받는 중산층 가정이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민주당의 믿음을 재확인시킨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 의견은 아직 반신반의다. 미 CNN방송은 “당 진보그룹은 새로운 안에도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을 이미 통과하고 하원에 계류 중인 1조2,000억 달러 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예산안 동시 처리 여부도 맞물려 있는 변수다. 민주당 진보모임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새 제안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인프라 법안 처리에는 반대가 많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일주일 내 통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 맨친 의원을 만난 데 이어 하루 전에는 진보그룹 상징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협의를 이어 갔다. WP는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에게 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뭉치지 못한다면 대통령직과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며 “바이든이 바라는 바를 만들어 낸다면 역사적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