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방문 약속한 교황... 원주민 아동 참사 사과할까

입력
2021.10.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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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운영했던 가톨릭
5월부터 1200구 넘는 아동 시신 발굴돼
원주민들 "교황이 대표해 공식 사과 나서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캐나다를 찾기로 했다. 과거 가톨릭이 운영한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올해 아동 유해가 대거 발굴된 사건의 여파다. 원주민들은 이번 방문에 맞춰 교황을 비롯한 가톨릭계가 미뤄 왔던 공식 사과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캐나다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과 원주민의 화해를 위해선 교황 방문이 필요하다는 캐나다 주교회의 요청을 수락한 것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조율되지 않았다.

캐나다에선 지난 5월부터 1,200구가 넘는 아동 유해가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발견돼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19세기 캐나다 정부는 ‘백인 사회 동화’를 목표로 원주민 아동을 부모와 분리해 기숙학교로 보냈는데, 대부분의 학교는 가톨릭 교회가 위탁 운영했다. 이곳에 보내진 15만 명의 아이들은 교화를 명목으로 체벌과 폭언, 성범죄 등 학대를 당했다. 2015년 캐나다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최소한 6,000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기숙학교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해가 잇따라 발굴되면서 교황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08년 학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캐나다 정부와 달리, 가톨릭은 원주민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장로회, 성공회 등 원주민 학대에 가담했던 다른 종교도 사과를 전했지만, 전체 기숙학교의 75%를 운영했던 가톨릭만큼은 입을 닫았다. 올해 초 유해 발굴 소식이 이어질 때도 교황은 “고통스럽다”고만 언급했다. 오히려 학대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디언은 “최근 가톨릭은 원주민 기숙학교 운영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주민들은 이번 방문이야말로 교황이 직접 사과에 나설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크 밀러 캐나다 원주민부 장관은 “가톨릭이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일어난 피해에 대한 교황의 사과는 화해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앤 아치볼드 캐나다 전국 원주민의회 의장은 “교황의 방문을 환영한다”며 “이번이 오랫동안 미뤄 왔던 사과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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