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발레 '지젤'에 등장하는 꽃들의 의미 아시나요?

입력
2021.10.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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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지젤'이 공연된다. 정통 발레 공연을 손꼽아 기다린 팬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다. 1841년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지젤'은 시골처녀 지젤과 귀족 알브레히트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9~31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지젤'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정통 래퍼토리를 계승한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테오필 고티에가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독일, 겨울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작품답게 '지젤' 곳곳에는 문학성이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지젤'에 등장하는 꽃들은 단순 소품이 아니다. 무용수가 춤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상징들을 표현하며 극의 전개를 돕는 조연이다. 데이지와 로즈마리, 백합이 그 주인공이다.

1막에 등장하는 데이지는 순수함과 희망을 의미한다. 지젤은 알브레히트와의 사랑을 두고 데이지로 점을 친다. 꽃잎을 하나씩 떼면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반복하는 식이다. 불행히도 마지막 꽃잎은 지젤의 바람과 달리 불운하게 나온다. 실제로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숨겨둔 약혼녀 존재를 알고 나서 슬픔에 빠져 죽는다.

2막의 로즈마리는 유령(윌리)들의 여왕인 '미르타'의 손에 쥐어져 있다. 유령이 된 지젤에게 미르타는 알브레히트를 죽일 것을 명령한다. 비록 배신당했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지젤은 알브레히트를 지켜낸다. 그 과정에서 미르타의 로즈마리가 파괴된다. 극중 로즈마리는 사랑과 죽음을 모두 뜻하는데, 결국 사랑의 힘이 죽음을 극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백합은 지젤의 숭고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알브레히트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는 지젤의 무덤에 백합 한 다발을 바친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죽은 여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행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랑을 놓친 남자는 백합을 끌어안고 오열한다. '지젤'의 결말이다.

이 밖에도 '지젤'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2막에 등장하는 유령들의 군무는 '백조의 호수' '라 바야데르'와 함께 하얀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이 펼치는 '백색 발레'의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예술감독은 "1막에서 인간으로 살아있을 때의 지젤과, 2막에 가서 유령이 됐을 때 지젤의 안무 스타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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