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국산 전기차의 수출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갈수록 자국산 전기차 우대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전기차 분야 무역적자는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전기차 육성책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간한 ‘한국·미국·중국 간 전기차 수출입 동향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대미 전기차 무역적자는 약 5억1,000만 달러(약 5,950억 원), 대중 무역적자는 1,800만 달러(약 210억 원)로 집계됐다. 두 나라는 한국의 전기차 무역적자 상위 1·2위 국가다.
9월까지 미국산 전기차 수입 규모는 7억8,000만 달러(약 9,128억 원)로, 한국 전기차의 대미 수출액(2억7,000만 달러)보다 3배가량 컸다.
이는 ‘테슬라’의 인기 영향이다. 테슬라는 9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1만6,287대를 판매, 국내 전기차 시장 1위(점유율 33.4%)를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GM의 ‘볼트EV’도 전량 미국에서 수입한다. 내연기관 차량은 대미 무역 흑자지만, 전기차는 2019년 이후 무역적자가 더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의 전기차 무역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 중국의 높은 관세와 보조금 장벽에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산 전기차 수출은 14만8,000달러(약 1억7,30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수출액보다 121배 이상 많다. 올해 중국에서 들여온 전기버스는 230대, 초소형 전기차는 2,051대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전기버스에선 BYD, 하이거 등 중국산 점유율이 36%(200대)를 차지하며 국산(현대자동차 224대, 에디슨모터스 73대, 우진산전 54대)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은 자국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차별적 보조금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우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을 매월 발간해 보조금 지급심사에 활용, 우회적으로 자국 전기차를 우대 중이다. 미국에서는 기존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외에도 노동조합이 있는 미국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4,500달러(약 530만 원),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500달러(약 60만 원)의 추가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발의됐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무노조 경영 중인 현대차, 기아 등 국내 기업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두 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 원칙에 어긋나지만,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이란 명분 아래 강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한국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과 중국처럼 보조금 정책을 개편하거나, 한미·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자국산과 한국산 간의 차별을 폐지토록 협상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은 국산과 수입산 차별 없이 동등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해외 전기차 산업을 육성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됐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우리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대주의에 입각한 구매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해외 전기차와 직접 경쟁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관련 설비투자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특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