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설악산에 고립됐던 등산객들이 1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등 가을철 산악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44분쯤 인제군 북면 한계리 설악산 미륵장군봉에서 등산객 3명이 고립됐다. 암벽등반 후 하강하던 이들은 앵커볼트가 없는 경로에 잘못 진입한 것이다.
암벽등반에 능숙한 60대 일행 1명이 가까스로 내려왔으나, 경험이 적었던 50대 2명은 절벽 한가운데에서 오가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고립지역까지 등반해 2명을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환동해특수재난대응단 소속 김정주 산악구조대원이 랜턴 불빛에 의지해 밧줄을 설치해가며 고립된 이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고, 이날 오전 3시 57분쯤 등반객 2명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고립된 지 10여 시간 만이다.
더구나 구조가 끝나자마자 설악산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조된 등반객 2명은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소방 관계자는 "구조가 조금만 늦었다면 쏟아지는 비에 등반객들 건강은 물론 밧줄이 젖어 구조에 나선 대원도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소방본부 집계 결과 올 들어 593건의 산악구조가 발생, 701명이 구조됐다.
설악산 고립에 앞서 17일 오전엔 정선군 남면 무릉리 민둥산에서 하산 중이던 30대가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쳐 소방 헬기로 구조됐다. 본부 홈페이지엔 가슴을 졸이다 구조된 사람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윤상기 강원소방본부장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