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쿠데타 수단 군부, 총리 등 억류·비상사태 선포…"반대 시위 12명 총상"

입력
2021.10.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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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 전격 해산시킨 군부
"2023년 7월 총선 통한 민정 이양"
총격으로 반 쿠데타 시위대 12명 부상

30년간 자리를 지킨 독재자를 끌어낸 후 혼란이 이어졌던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또 다시 쿠데타가 일어났다. 약 2년 후 총선을 통해 완전한 민정 이양을 추진하겠다는 게 쿠데타 세력의 주장이지만, 국제사회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각의 정세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중계한 연설에서 압달라 함독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함독 총리는 가택연금 상태이고 다른 주요 내각 인사들도 쿠데타 세력에 의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4월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부르한 장군은 기존 과도 정부 내에 정파간 치열한 싸움과 폭력 선동의 문제가 컸다고 주장했다. 2023년 7월 총선을 통해 완전한 민정 이양을 할 때까지 군부가 개입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유능한 정부를 구성·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새벽 쿠데타가 벌어지면서 수단의 통행과 통신도 일부 차단됐다. 육군 등이 도시 전역에 배치돼 민간인 이동을 제한하고 있고, 하르툼 공항 국제선 운항도 중단됐다. 군대는 하르툼의 쌍둥이 도시로 불리는 옴두르만에 있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본부 건물도 습격했다. 영국 인터넷모니터링 비영리기관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날 아침 일찍부터 인터넷 연결도 상당 부분 차단돼 수단 내 실시간 네트워크 데이터량이 평소 대비 3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하르툼에서 벌어졌고, 총격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2명이 부상했다고 수단 의사위원회는 밝혔다.

수단에서 쿠데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총리가 출근길에 암살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후 긴장은 더 고조됐다. 이달 들어 군부 지지자들이 쿠데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친(親)정부 세력의 맞불 시위도 일어나 마찰은 격화됐다. 미 CNN방송은 "현재 수단은 (독재자가 물러난 후) 최근 2년간의 과도기에서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재자 알바시르가 물어난 후 수단은 민간과 군부가 참여하는 주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과도정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2023년 총선 실시를 통한 민간 통치로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위원회 내부 민간과 군부의 분열은 갈수록 악화했고, 알바시르 정권 당시부터 이어져온 경제난까지 가중된 상황이다.

군부의 약속에도 국제사회는 큰 우려를 표했다. 폴커 페르테스 수단 유엔사무총장특별대표는 "수단에서 벌어진 쿠데타와 (민주주의로의) 정치적 전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구금되거나 가택연금 당한 이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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