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 볼드윈이 쏜 '콜드 건'에 사망한 촬영 감독... "진짜 총 완전히 퇴출해야"

입력
2021.10.25 10:02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이 촬영장에서 쏜 소품용 권총에서 실탄이 발사돼 촬영감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 안전관리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CNN과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렉 볼드윈이 지난 21일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이의 한 목장에서 영화 '러스트'를 촬영하던 도중 사용한 소품용 총에서 실탄이 발사돼 맞은편에 있던 헐리나 허친스 촬영감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우발적 사고에 무게 두고 수사

알렉 볼드윈은 SNS를 통해 "이번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히기 위해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 허친스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에 충격과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을 폐쇄했고, 제작진은 촬영을 중단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쓰인 총과 탄약 그리고 알렉 볼드윈의 의상과 일부 촬영장비 등을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품 담당 조감독은 사고 당일 볼드윈에게 실탄이 없는 "콜드 건(cold gun)"이라며 소품용 총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발적 사고에 무게를 두고 볼드윈과 조감독에게 형사상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진짜 총' 퇴출 목소리 높아져

그러나 사고 닷새 전에도 현장 소품용 총에서 두 발의 실탄이 발사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연극배우노조는 "총기 촬영의 경우 사전 시험발사를 통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안전지침을 두고 있다. 진짜 총을 완전히 퇴출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온라인 청원도 등장했다.

제작자들은 현실감 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공포탄이 장전된 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전문 총기 강사이자 총기 안전 코디네이터인 데이브 브라운은 "공포탄은 분명히 다른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현실감을 준다"면서 "공포탄도 총구에서 화약과 뜨거운 가스가 나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는 무기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 이후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을 연출한 크레이그 조벨 감독은 "더는 공포탄이든 뭐든 장전된 총이 촬영 현장에 있을 이유가 없다. 법으로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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