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다음 달 공화국 전환을 앞두고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로써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바베이도스의 상징적 국가원수 직위에서 물러나게 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바베이도스 의회는 20일(현지시간) 샌드라 메이슨(72) 총독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임했다. 메이슨 총독은 법조인 출신으로 2018년부터 총독으로 재직해 왔다. 그는 바베이도스 항소법원 첫 여성 판사이기도 하다. 메이슨은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되는 내달 3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는데, 이날은 바베이도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5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바베이도스는 28만 명이 거주하는 섬나라로 17세기 영국에 점령됐다. 이후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영국 농장주와 흑인 노예들이 현지로 이주해 현재 아프리카계가 인구의 90%를 차지한다. 바베이도스는 1966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지만 지금까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군주로 섬기는 입헌군주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주권을 완전히 되찾아오기를 바라는 여론이 늘어났고, 지난해에 이르러 바베이도스는 "식민지 과거를 완전히 뒤로할 때"라며 올해 11월부터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카리브해·남미 국가들 중엔 가이아나가 197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도미니카가 각각 1976년, 1978년에 공화국이 됐다.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는 대통령 선거가 바베이도스의 여정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밝히면서도 “영국의 군주와 관계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