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부족으로 심각한 전력난에 처한 중국이 미국 천연가스 회사와 20년간 대량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양국이 경제ㆍ군사ㆍ외교 등 다방면에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민감한 에너지 분야에서 경쟁국에 상당한 물량을 의지하게 된 만큼,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미국 에너지부 웹사이트를 인용, 중국 국유기업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化ㆍ시노펙)이 미국 벤처글로벌과 매년 400만 톤의 LNG를 20년간 도입하는 두 건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계약은 각각 연간 280만 톤과 120만 톤 규모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공급 개시 시기는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서명일자는 지난달로 적시돼 있다.
이는 단일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체결된 LNG 수입 계약으로는 중국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을 통해 작년 310만 톤이었던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 규모는 올해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또 미국 벤처글로벌은 중국 시노펙의 무역 부문 회사인 유니펙과도 2023년 3월부터 3년간 100만 톤의 LNG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로이터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중국 민영기업인 ENN 천연가스사가 미국 셰니어 에너지와 13년 계약을 발표했다. 2018년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 처음 이뤄진 대규모 천연가스 계약 사례다. 양국은 무역 분쟁이 격화했던 2019년 천연가스 교역을 중단했다. 양국이 잇따라 에너지 교류를 천명하면서 국제 사회는 ‘미중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교류는 중국 내 전력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갈등 관계인 미국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양국 관계 관리 측면뿐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탄소배출 감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발(發) 압박의 강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고려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