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같은 산학협력을...경기도의 '베팅'

입력
2021.10.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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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 대학-기업 매칭해 괄목할 만한 성과  
 코로나진단시약 회사는 매출 340% 증가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경기도가 도내 이공계 대학에 설치한 지역협력연구센터(GRRC)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한다. 바이오 인공지능(AI) 나노 등 첨단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산업 현장과 대학 연구시설 협력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내년도 GRRC 사업에 총 56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도내 GRRC 10곳에 내년 지원 예산으로 46억 원을 편성했다”며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추경 등을 통해 최종 지원은 작년보다 10%가량 많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올해 GRRC 10곳에 52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정부 매칭사업 등에 들어가는 예산이 크게 늘어 대부분 예산이 삭감된 점을 고려하면 10% 증가는 의미가 크다.

경기도가 GRRC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주대 광-의료 융합기술연구센터, 한국항공대 영상음향공간 융합기술연구센터, 한양대 수소에너지 전주기 핵심소재 연구센터 등과 연계한 사업에서 투입 예산 이상의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기업 컨소시엄 공모로 진행되는 GRRC는 보통 10년 동안 지속되며, 지금까지 31곳 중 21곳은 사업이 종료됐고 현재 10곳이 진행 중이다.

경희대 글로벌 의약품소재개발 연구센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체외 진단 원료 전문기업인 ㈜보레다바이오텍에 항원 정제·분리 기술을 지원해 큰 성과를 끌어냈다. 이 회사는 해당 기술로 국내외 50여 곳의 코로나19 면역 진단키트 제작업체에 시약 원료를 공급, 올해 전년 대비 340% 증가한 11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시약 원료 수요 증가에 맞춰 제2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최동욱 보레다바이오텍 대표는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능력이 고민인데 GRRC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올해도 협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1997년 시작된 GRRC 사업으로 최근 성과가 속속 나오자 혜택을 받은 기업이 수익 일부를 대학 연구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하는 사례도 나올 정도로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경희대의 이 연구센터에서는 또 천연소재 조성물 관련 지식재산권을 반려동물 사료 전문업체인 ㈜아크에 기술을 이전해 반려동물의 아토피성 피부염 예방 사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주대 광-의료 융합기술 연구센터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제작업체인 원텍㈜에 임상 기술지원을 통해 갑상선 절제술 후 흉터를 예방할 수 있는 LED 의료기기를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GRRC는 지난 24년간 927억 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31개 대학 연구센터와 지역 내 2,166개 중소기업을 연결, 특허출원 1,170건, 등록 628건, 기술이전 568건, 제품 상용화 722건의 성과를 끌어냈다. 도내 1,848명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을 관련 산업체에 연결시키기도 했다.

최서용 도 과학기술과장은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사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GRRC와 같은 대표적 대학-기업 협력 사례”라며 “중소기업에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대학에는 안정적 연구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GRRC 프로그램의 가치는 높다”고 말했다.

GRRC는 오는 29일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개최되는 ‘경기도 과학기술 통합 페스티벌’에서 그간의 산학협력 주요 성과들을 일반에 공유한다. 도에는 2018년 기준 161만4,255개의 기업이 있다. 이는 전국 중소기업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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