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 베이징 ‘직배송’…해외 봉송 굴욕 없다

입력
2021.10.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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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성화, 중국으로 이동
2008년 해외 봉송 당시 시위대에 성화 수난
"14억 꿈과 열정 되살려"...국내 봉송 붐 조성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19일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20일 공식행사를 시작으로 국내 봉송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붐 조성에 나선다.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당시 해외 봉송 도중 반중 시위대에 길이 막혀 성화가 수차례 꺼지는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 전화위복이 됐다. 전염병 확산 위험에 ‘성화 직배송’으로 방식을 바꾸면서 논란의 소지를 미연에 차단했다. 중국이 올림픽을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그리스를 출발해 중국에 도착하기 앞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호주 등 20개국을 거쳤다. 서울과 평양에서도 봉송 행사가 열렸다. 역대 최장거리인 13만7,000㎞(중국 국내 포함)를 이동하며 중국의 스케일을 뽐냈다.


축제 분위기와 달리 중국은 개막 직전까지도 마음을 졸였다. 성화가 파리를 지날 때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며 중국의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대 2,000여 명이 몰렸다. 프랑스는 경찰 3,000여 명을 투입해 성화를 사수했지만 충돌을 피해 버스로 봉송하는 과정에서 성화가 세 차례나 꺼졌다.

중국 국내에서도 성화는 수난을 겪었다. 광둥성 선전에서 성화를 빼앗으려던 남성들이 경찰에 진압됐지만 환영 인파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바람에 공안은 성화를 끄고 옮겨야 했다. 장쑤성과 마카오에서는 성화 탈취를 모의하다 경찰에 적발돼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반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중국의 눈엣가시인 해외 봉송을 없앴다. 18일(현지시간) 채화된 성화는 19일 아테네 파나시나이코 경기장에서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돼 중국행 항공기에 오른다. 채화 과정에서 인권운동가 3명이 ‘대량학살 게임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반중 시위를 벌였지만 바로 체포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성화 채화식 축사에서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진전을 이뤄 중국 국민을 세계와 연결시킬 준비가 끝났다”며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위자이칭 베이징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은 “오늘 이 횃불이 14억 중국 인민의 가슴속에 올림픽의 열정과 꿈을 되살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2008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성화 해외 봉송에 따른 위험 부담이 사라졌고, 서구 일부 국가들이 보이콧을 주장하지만 중국의 달라진 위상에 맞서 실제 행동에 옮길 국가는 없다고 주장했다. 런하이 베이징체육대 올림픽연구센터 교수는 환구시보에 “올림픽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어떤 시도라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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