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광주 북구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최지성(59)씨는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4층 건물을 소유한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나선 이유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임대인들의 가게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에 입점한 4개 가게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으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 최씨는 비록 건물에 5억 원가량의 담보대출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15개월간 임차인 4명에게 총 2,300만 원가량의 임대료를 인하해 줬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모두가 어렵지만,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세입자들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는 괜히 쑥스럽기도 하지만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코로나19로 실의에 빠진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서고 있다.
19일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은 전국 단위로 확산되면서 현재까지 총 10만3,956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들은 전국 18만910명의 임차인에게 총 4,734억 원의 임대료를 감면해줬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특히 자발적인 참여 등으로 이뤄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경기 군포시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손순자(57)씨도 최근 이 운동에 동참했다. 지난해 4월 경기 군포시 도마교동에 5층짜리 건물을 준공한 손씨는 2명의 임대인과 계약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월세를 낮춰 받기 시작했다. 당시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면서 임대인들의 가게는 방문 손님이 급격히 줄었고,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손씨가 나선 것이다. 그렇게 1년 넘게 1,100만 원 이상의 임대료를 인하해줬고, 어려움을 겪던 임차인에게는 ‘인테리어 지원금’ 명목으로 200만 원도 지급했다. 손씨의 도움과 응원은 임차인들의 사업에 ‘단비’처럼 작용했다.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임차인은 위기를 잘 넘기고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덕분에 올 6월에는 2호점을 냈고, 현재 3호점도 준비 중이다. 손씨는 “임대인과 임차인은 ‘갑을관계’가 아니라 생계를 같이하는 동업자로 바라봐야 한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선함을 베풀면 결국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착한 임대인을 주변에 권유하는 사례도 있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대학로 상점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45)씨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 ‘착한 임대인 홍보대사’로 현지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본인 건물의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깎아 줬을 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주들에게도 착한 임대인 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비대면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게다가 코로나19 감염 위기로 주변 상권이 침체되자 ‘자율방역단’을 구성해 공동방역을 시행하고, 안전한 상점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1년간 총 300만 원의 임대료를 인하해준 김씨는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도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위해 임대료 인하분에 대한 세액공제에 더해 무상 전기안전점검 등 착한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적용 기간도 내년 6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임차 소상공인을 위한 임대료 부담 완화 방안도 진행할 방침이다.
박치형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임대인 스스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고통을 나누어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리고, 정부 역시 임대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