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시험 반영해 정리해고" 명동 세종호텔이 반발 산 까닭은

입력
2021.10.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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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수 세종호텔 노조위원장
"지난 2년 동안 조리사 50명에서 7명으로 줄어"
"정리해고 대상 기준에 다른 가족 재산 상황도 포함"
"호텔 측도 위드 코로나 위해 고통분담 했으면"

55년 동안 서울 명동에 자리 잡고 있는 세종호텔이 조리나 식기세척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 기준에 '외국어 구사능력'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호텔노조 측은 "정규직을 정리하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채우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위원장은 1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호텔 측의 정리해고 등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벌써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으로 꽤 많은 직원들이 나갔다"며 "호텔 자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정말 최소한의 인원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계속 정리해고만을 목적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종호텔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세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지난해 12월 기준 150여 명이었던 직원 수가 4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7월부터는 식당 운영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직원들을 객실, 총무 등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게 호텔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호텔 직원들은 이러한 회사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 있다. 노조 측은 호텔의 식음사업장이 방역 지침에 의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있는 것에 동의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50여 명이던 조리사들이 현재 7명만 남아 있어 더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 위원장은 "(호텔 측이) 식음 관련 일자리가 가득 찼다는 말 자체도 이해할 수 없고, 특급호텔이라 333개 객실을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식당 운영을 유지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식음사업장을 아예 운영하지 않을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10년에 거의 230명에 가까운 직접 고용 정규직이 있었던 일터에 지금은 50명 정도도 남지 않았다"며 "(호텔 측은) '위드 코로나' 등을 준비하려면 영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계속 정리해고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직을 코로나 핑계로 최대한 추려내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채워보려는 목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리해고 아닌 고용안정 통해 고통분담 했으면"

고 위원장은 세종호텔의 정리해고 대상 선정 기준에 외국어 구사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의 소득 및 재산보유 상황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와 관계 없는) 이런 부분도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침해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호텔 측에 고용안정을 통한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그는 "호텔 상황만 놓고 보면 정부에서 고용유지 지원금이 아직 적용되고 있어 일정 부분 인건비에 대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50년 이상 호텔이 운영되면서 쌓아놓은 자산들에 대해 일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 정리해고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텔 측이 남은 인원 정도는 고용안정을 통해서 고통분담해 위드 코로나 준비를 했으면 한다"면서도 "만약 (호텔 측이)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면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에 법적은 물론이고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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