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주문 2배” vs “큰 기대 없다”…거리두기 완화 첫날, 엇갈린 소상공인들

입력
2021.10.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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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저녁 예약이 거의 다 찼습니다. 식자재랑 소주, 맥주 등 주류들도 평소보다 2배 주문했어요.”

방역지침이 완화된 ‘마지막 거리두기’ 시행 첫날인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 중인 김모(57)씨의 들뜬 목소리에선 기대감이 역력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 완화로 모처럼 받게 된 저녁 단체 손님 덕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개월간 그의 가게엔 저녁 단체 예약은 전무했다. 아직까진 예단할 순 없겠지만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비해 70~80% 수준까지 떨어진 매출 회복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이번 주는 올 들어 처음으로 주간 매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하루 빨리 시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앞두고 소상공인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서울, 수도권 전역에서도 주·야간 관계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오후 6시 이후에도 8명 이상이 모일 수 있게 되면서 회식이나 단체 모임 예약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다.

소상공인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43)씨도 이날 새벽부터 수산시장에서 장만한 각종 생선으로 수족관을 가득 채웠다. 이날 저녁, 마감된 예약 손님 때문이다. 목·금요일 저녁도 예약이 90%가량 완료돼, 주류도 지난주보다 50% 이상 주문량을 늘렸다. 박씨는 “저녁에도 2, 3인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주는 6~8인가량의 단체 손님들의 예약이 대폭 늘었다”며 “월요일 저녁 예약이 꽉 찬 건 거리두기 시행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의 곱창집 사장인 신모(39)씨의 경우엔 식자재와 더불어 손세정제 및 1회용 장갑 등 각종 방역제품까지 대량으로 주문했다. 행여 늘어난 저녁 단체 예약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직원들에게 방역 지침에 대한 재교육도 실시했다. 신씨는 “정부의 완화조치로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매출신장만큼 코로나19 감염 예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쉬움을 표시하는 소상공인들도 적지 않았다. 4단계 지역의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여전히 오후 10시로 유지되면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저녁식사 또는 술 한 잔 하고 2차로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10시 이후에는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완화조치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인원제한을 풀면서 영업제한 시간을 유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지침 완화보다 인원, 시간제한을 모두 완화시킨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기 전까진 매출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불만도 나왔다. 경기 안양 시내 호프집 대표인 박모(49)씨는 “모임 인원을 늘려봤자, 매출 신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이번 주도 예약이 거의 없다”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이달 20일로 예고했던 총궐기를 유보하기로 했지만, 향후 정부 방침을 예의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자대위에선 다만, 정부가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에도 영업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방침이다.

류종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