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연쇄살인' 강윤성, 첫 재판서 "왜곡 있지만 모든 혐의 인정"

입력
2021.10.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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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선고 내려도 받아들일 각오"라면서도
"돈 안 갚으려고 살인한 것 아니다" 주장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시인하면서도 "(공소사실 중) 일부 왜곡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박상구)는 14일 오전 10시부터 강도살인, 살인, 사기, 공무집행방해,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씨의 첫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에 들어선 강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만큼 검찰의 공소장 낭독을 생략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 재판에서 가려야 할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강씨는 지난달 자신의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사형 선고만이 유가족 분들께 아주 조금이라도 진정 사죄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어떠한 변호도 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검찰이 공소장 낭독을 마치자 강씨는 재차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사람을 살해한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왜곡되고 과장된 부분도 더러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먼저 첫 번째 살인 당시 흉기를 범행 도구로 쓰겠다는 계획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흉기 끝부분으로 찔러본 것이지 흉기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첫 번째 피해자가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판단한 검찰 공소사실과 다르지 않다.

강씨는 또 두 번째 피해자와는 연인 관계였다며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검찰 조사 때 검사가 두 번째 피해자에게 돈을 안 갚으려고 유인한 것 아니냐 질문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왜 첫 번째 피해자에게 400만 원을 빼앗았을까 생각했다"며 "맹목적인 사랑 앞에 돈을 무조건 해줘야 한다는 일념만 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재판 막바지 사형 선고가 내려져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오늘 판사님이 저한테 사형 선고를 내리신다 하더라도 아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만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11월 9일에 열릴 예정이다.

전과 14범인 강씨는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5년을 복역한 후 올해 5월 가출소했다. 보호관찰 대상자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생활하던 그는 8월 26일 자택에서 피해 여성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했다. 다음 날인 27일 송파구 도로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고, 29일 또 다른 여성을 상대로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검찰 조사 결과 강씨는 두 번째 피해자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며 돈을 빌렸다가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후 채무 변제 독촉을 받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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