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작물을 기르면서 태양광 발전 수익까지 가져갈 수 있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벼의 성장에 큰 지장이 없는 데다, 농업 휴지기인 겨울철에도 발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들이 현실속으로 속속 스며들고 있어서다. 집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직접 저장해두고 활용하거나, 반사된 태양광마저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효율성 높인 기술 상용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1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탄소중립 엑스포'에선 우리 일상으로 한 발 다가선 신재생에너지 신기술이 공개됐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상향 조정, 원료비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등 향후 가정에서의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과 공간 활용 능력에 방점을 찍은 유용한 신기술들이다.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선 가정과 농업 현장에 한층 실용적인 ‘전기 자급자족’ 시스템과 미래 기술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화큐셀 등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업그레이드 된 ‘영농형 태양광’ 기술을 선보였다. 쉽게 말해 벼농사도 짓고 발전 수익도 얻을 수 있는 농지 위 태양광 발전소로, 이미 남동발전 남해 시범단지와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인근 농지 등에서 시험 운영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자원 효율성과 재생에너지 확산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술로, 농지에 지상 3.5m 정도 높이의 지지대를 놓고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시설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국내기업 파루에서도 태양광 모듈이 태양을 따라 추적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농기계 이동도 한층 자유로운 ‘트래커’ 모듈을 공개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벼 생산량은 약간 줄어들지만, 태양광 발전에 따른 농외소득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며 “향후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진다면 농가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가 최근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 5년 뒤인 2026년까지 RPS를 25%로 높이기로 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판매 창구가 늘어난단 점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로에너지하우스(ZEH)’ 생활양식에 최척화한 주택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 진화하고 있다. 한화큐셀의 ZEH 솔루션은 주택이나 차고 지붕의 태양광 모듈로 생산한 전기를 가정 내 충전 시설에 저장해 활용,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가정 내 활용은 물론, 별도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차량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단 얘기다. 이와 함께 바닥에 반사되는 빛까지 잡아 추가 전기를 생산하는 ‘양면형 모듈’, 기존 실리콘계 태양광 셀보다 월등히 뛰어난 발전효율을 보이는 ‘패로브-탠덤 태양광 셀’ 등 상용화를 준비중인 신기술도 소개됐다.
발전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중견기업 퍼스트실리콘의 태양광발전최적화기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퍼스트실리콘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 간 발전량 편차가 발생했을 때, 가장 낮은 발전량의 모듈로 하향 수렴하는 스트링 전류를 최적의 전류값으로 높여 발전량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적설이나 새똥에 의한 얼룩, 우박에 의한 미세균열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모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40회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을 겸해 전날 개막한 이번 행사는 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 친환경·저탄소 경제를 향한 우리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산업부 관계자는 “총 1,183개의 부스를 차린 297개 기업은 15일까지 태양광·풍력·연료전지·ESS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소개하며, 새로운 아이디어형 제품과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