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KDI 원장 "소주성, 절반의 성공…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부작용 인정"

입력
2021.10.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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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책도 하루아침에 최대한 성과 쉽지 않아"
'소주성 설계자' 평가엔 "정책 구체적 설계할 때 참여"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설계자로 알려진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소주성 정책에 대해 “절반은 성공, 절반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홍 원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정감사에서 “소주성은 완전히 잘못된 설계”라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관련해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소주성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37만 명 줄고, 대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31만 명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연구직은 불 끄고 야근하거나, 퇴근 후 노트북으로 야근을 한다고 한다”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임금 유노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 삶의 현장은 학자의 학문적 이론을 실험하는 실험장이 아니고, 소주성 정책을 폐기한다 해도 그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홍 원장은 “어떤 정책이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여야 의원들이 개선방안을 마련해 주시면 KDI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소주성 설계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제가 설계했다는 것은 너무 과장된 말씀”이라며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는 정도가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이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KDI는 공정성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KDI의 공공투자관리센터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었느냐"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관련 보고를 계속 받았는데 공공투자,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치며 증거를 발견한 적이 없었다"면서 "과거 1999년부터 KDI가 예타조사를 쭉 해온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소주성 정책을 주도했고, 퇴임 후에도 청와대 소주성 특별위원장을 지내며 정책을 지원했다. 이후 지난 6월 KDI 출신 원로 학자들의 반대 등 '코드 인사' 논란 속에 KDI 원장으로 취임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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