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월 디폴트' 위기 벗어났지만... 아직 바이든 과제 산더미

입력
2021.10.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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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부채한도 증액안 가결... "12월 3일까지"
4,000조 원 사회복지 예산 두고 '민주당 내분'
중도파 설득 위해 감축 결정하자 진보파 반발

미국 연방정부가 일단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게 됐다.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부채 한도 상향’ 법안이 통과되면서 ‘2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앞에 남은 과제는 산더미다. 사회복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당내 중도파와 진보파의 대립이 심상치 않은 데다, 12월이 되면 부채한도 문제가 또다시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1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하원은 찬성 219 대 반대 206으로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일시적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미 정부 부채 한도는 현행 28조4,000억 달러(약 3경3,867조 원)에서, 12월 3일까지 28조9,000억 달러(약 3경4,463조 원)로 늘어나게 된다. 당초 유예 시한이었던 이달 18일 이전에 이 문제를 처리하면서 전 세계가 우려했던 디폴트 위기는 피한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이번 법안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번 데 불과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다시 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8일 “민주당이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 내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채 한도 문제와 관련, 12월에 추가 협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10월 디폴트 위기’가 ‘12월 디폴트 우려’로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또 있다. 당초 3조5,000억 달러(약 4,000조 원) 규모로 잡았던 사회복지 예산안을 놓고는 공화당의 반발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예산안은 의료·교육·아동 지원 및 기후변화 대응이 목적인데, 탄소중립 달성·청정 에너지 정책 등 바이든 정부의 야심 찬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통과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도·온건파인 민주당의 조 맨친·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이 “3조5,000억 달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예산 대폭 감축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처지다. 현재 미국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씩 양분하고 있다. 예산조정 절차를 사용해 예산안을 처리한다 해도 최소 50표가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이 모두 반대할 경우, 민주당 내에선 단 한 표의 이탈표도 나와선 안 되는 벼랑 끝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결국 사회복지 예산안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3조5,000억 달러를 유지하지 못해 실망스럽다”면서도 “법안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보파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내가 본 모든 여론조사는 사회복지 예산안에 대한 엄청난 지지를 보였다”며 원안 고수를 촉구했다.

민주당 내분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던 공화당의 반(反)트럼프 성향 전략가 사라 롬웰은 전날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바이든이 그 내용을 아무도 모르는 법안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수렁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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