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핵잠 기술 외국으로 빼돌리려던 미 해군 부부 FBI에 덜미

입력
2021.10.1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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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한 이메일로 교신 후 가상화폐로 거래
핵무기 설계, 제조, 활용 등 기밀 자료 다수 건네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외국에 빼돌리려던 미 해군 기술자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미국 법무부는 10일(현지시간) 미 해군에서 ‘핵추진프로그램’에 배속돼 일하던 기술자 조너선 토비(42)와 부인 다이애나 토비(45)를 원자력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토비는 2012년부터 잠수함의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포함하여 해군의 핵 추진 기술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2020년 4월 1일 외국 정부에 소포를 보냈다. 법무부는 어느 국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소포에는 핵무기 설계와 제조, 활용, 특수 핵 물질의 생산 등과 연관된 자료가 들어있었다. 이 자료들은 외부인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토비는 “이 정보는 당신 나라에 대단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쓴 편지를 함께 넣었다. 추가 자료를 사고 싶을 경우 어떻게 자신과 연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보냈다.

이후 암호화된 이메일로 토비는 상대방과 교신을 시작했다. 토비는 상대방이 외국 정부 관계자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소포를 중간에 입수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었다.

이 요원은 2021년 6월 8일 토비에게 ‘선불 지급’ 명목으로 1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냈다. 이를 받은 토비는 같은 달 26일 아내와 웨스트버지니아주로 이동해 약속된 장소에 SD카드를 놔두고 떠났다. 16기가바이트 규모의 SD카드는 땅콩 버터 샌드위치 사이에 끼어 있었다. FBI 요원은 2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추가로 보내고 SD카드 해독 키를 받았다.

SD카드엔 스텔스 기능과 정보 수집, 무기 체계 등에 있어 최신형인 버지니아급(7,800톤급) 공격형 핵잠 설계와 운용 등에 대한 자료가 들어있었다. FBI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1척 건조에 30억 달러(약 3조5,800억 원)가 들고 최소 2060년까지 실전배치가 예상되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토비는 아내와 함께 지난 9일 체포됐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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