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진료모임 '길벗'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인 10일 청년 정신 건강 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길벗과 전대넷은 이날 오후 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 수준에 도달한 청년 정신건강 상태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년 고독사도 함께 언급하며 "주거불안과 스트레스를 견디다 생을 마감하는 청년 1인 가구 문제에도 대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길벗의 분석에 따르면 정신 질환을 앓는 국내 청년은 빠르게 늘고 있다. 권혜인 길벗 한의사 회원은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자살률은 2019년 10만 명당 5.9명에서 6.5명으로 9% 이상 늘었고, 20대 자살률은 19.2명에서 21.7명으로 12.8% 올랐다"며 "상담을 찾는 청년 또한 19년 22.3만 명에서 지난해 43.5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세대의 불안, 우울, 자살충동이 함께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비해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보건복지부 예산 중 정신보건 관련은 전체 2.7%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한 전체 5% 이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지자체 사업들 중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하는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만 해도 1만5,000명의 상담 비용을 지원한다는데, 지난해 상담을 받은 청년이 43만5,000명이었던 데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 악화가 청년 고독사 문제까지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김지석 길벗 학생모임 대표는 "경찰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한 청년은 100명으로, 4일에 1건꼴로 청년 고독사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그중 절반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주거 빈곤, 사회 고립, 취업난 등 각종 스트레스를 홀로 견디다 삶을 포기한 청년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정신 질환을 겪다 못해 고독사에까지 이르는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마련한 것에서 나아가 고독사 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원 전대넷 의장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사회를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뜻을 모아 오는 30일 보건의료계와 함께 공동행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